‘24시간 필버’에 친윤-친한 일시 휴전? “韓 논란 당내서 회자 안 돼”
《헌법학》 등 책 5권 들고 연단에 올라…“장동혁 본인 아이디어”
‘장동혁 지도부 위기 가리려’ 與비판에 野 “8대 악법 저지에 집중할 뿐”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초'와 '최장'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 토론자로 나선 데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내용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24시간 동안 이어가 역대 최장 기록까지 경신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친한계'(親한동훈계)와의 갈등 국면을 덮기 위한 전략적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의 초점은 '8대 악법' 저지에 있다"고 일축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설치된 직후인 오전 11시40분경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40분경 발언을 마쳤다. 이는 기존 최장 기록이었던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의 17시간12분을 경신한 것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40분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있다면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한 재판으로 따지면 대법원 예규가 더 공정한 재판을 가능하게 한다"며 "그럼에도 위헌성을 제거하지 못한 이 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민주당의 입맛 맞는 법관들로 구성된 특별부 만들어서 원하는 시기, 원하는 판결 얻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전날 《헌법학》, 《자유론》, 《미국의 민주주의》, 《자유헌정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 책 5권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이 같은 책을 들고 연단에 서는 건 장 대표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 알려진다.
장 대표는 밤샘 무제한 토론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을 부각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이 법이 통과된다면 법치주의와 국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재의요구권 건의를 하지 않더라도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주려면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법에 의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법에 의해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법에 의해 국민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며 "국민께서 어떤 의원이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달라"고도 했다.

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들었다. 정 장관은 장 대표의 토론이 '정치 실종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나 페이스북에 '셀카'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나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면서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썼다. 또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 봤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 본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에 힘을 보탰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전날부터 약 20명 안팎의 의원들이 조를 나눠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밤새 지원에 나섰다. 장 대표가 최장 발언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 본회의장에는 "기록 깼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장 대표의 발언 시간이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선 새벽 5시3분경,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본회의장으로 나와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제1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당 차원에서 초선이든 다선이든 모든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장 대표 역시 그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숙고한 끝에 연단에 오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누군가의 요청이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대표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스스로 다하려는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가 친한계와의 내홍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당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이른바 '8대 악법'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에 있다. 모든 의원들의 관심과 에너지가 그 문제에 집중돼 있다"면서 "한동훈 전 대표와 관련된 사안은 당무감사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고, 당내에서 주요 이슈로 회자되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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