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을 넘겨다본 국세청, 칼끝은 ‘미국 본사’에 있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2.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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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4국·국제거래조사국 동시 투입
물류 자회사에서 시작된 세무조사, ‘역외 이전’ 구조 전면 검증
개인정보 유출 이후, 플랫폼 권력 겨냥...국가 첫 종합 점검


국세청이 쿠팡에 대해 사실상 최고 수위의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출발점은 국내 물류 자회사이지만, 조사선은 이미 미국 본사로 향하고 있습니다.

회계 점검 수준이 아닌,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이 어떤 구조를 통해 해외로 이전됐는지를 따져보겠다는 신호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어진 범정부 압박 속에서, 국세청이 ‘자금의 길’을 꺼내 들었습니다.

■ ‘중앙수사부’와 국제조사 조직을 동시에 넣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은 전날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와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 조사관 약 150명을 투입해 회계·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 고의적 탈세 등 중대 사안이 포착될 때 투입되는 비정기 조사 조직입니다.
여기에 해외 자금 흐름을 전담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이 동시에 가동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초기부터 범위가 정해져 있던 사안으로 해석됩니다.

국세청은 우선 CFS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CFS는 쿠팡 한국 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물류 운영 핵심 회사로, 전국 물류센터의 입고·보관·출고·반품을 총괄합니다.

쿠팡의 매출과 비용 구조가 가장 밀집된 지점입니다.

■ 핵심은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갔느냐’

조사의 초점은 수익 규모 자체보다, 이익이 이동한 경로에 맞춰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제거래조사국이 투입된 점을 근거로, 국세청이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 본사에 이전됐는지를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쿠팡의 지배 구조는 미국 쿠팡 Inc.가 한국의 주식회사 쿠팡을 100% 지배하고, 한국 법인이 다시 CFS를 100% 보유하는 형태입니다.
재무적으로는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 구조 속에서 이전가격, 용역 대가, 내부 거래 조건이 세법상 정당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물류 자회사를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익 분배 구조 전체를 검증하려는 흐름”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가 상단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


■ 김범석 체제, ‘국내 책임’의 경계선에 서다


이번 조사가 김범석 의사결정 구조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에 체류하며 쿠팡 Inc.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국내 경영은 한국 법인이 수행하지만, 전략·재무의 최종 방향은 미국 본사에서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국세청이 ‘한국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의 귀속 구조’를 문제 삼을 경우, 조사 대상은 법인에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지배 구조가 세무 당국의 본격 검증 대상에 오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상징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개인정보 유출 이후, 압박은 하나로 수렴 중


이번 세무조사는 단독 사건이 아닙니다. 정부는 앞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세청까지 가세하면서, 쿠팡을 둘러싼 대응은 규제·수사·세무를 아우르는 전방위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실패가 기업 지배 구조와 재무 투명성 문제로 확장되는 흐름입니다.

■ 국회도 움직인다… 연석 청문회 예고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는 모습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5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쿠팡 연석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책임과 경영 구조 전반을 동시에 따져 묻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형식적인 청문회보다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세금’이 아니라 ‘구조’ 묻는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단기적 추징 여부보다 더 큰 질문을 던집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어떤 기준과 논리로 이전해왔는지, 그 구조가 국내 법과 제도의 통제 범위 안에 있었는지를 묻는 과정입니다.

조사의 결론이 무엇이든, 쿠팡 사례는 국내에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 플랫폼 전반에 적용될 새로운 기준을 사실상 먼저 맞는 사건입니다.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를 특정 기업의 회계 문제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첫 사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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