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정 카페거리의 민낯...토지 쪼개기 363억 매물로

김정호 기자 2025. 12. 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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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사구에 빽빽이 들어선 상가들
부동산 가격 급등 ‘정점 찍고 하락’
 2010~2024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의 카페거리 모습. [사진출처-카카오 로드뷰]

불과 15년 전만 해도 도로에 모래가 날려 차량들이 우회하던 지역이었다. 드넓은 백사장이 농경지까지 이어지는 대표적 해안사구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해안을 넘어선 모래는 쌓이고 쌓여 바다와 육지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는 그렇게 해안사구를 벗 삼아 지내던 조용한 마을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바람을 타고 2010년 한 카페가 소개되면서 에메랄드빛 바다와 노을이 온라인에 퍼져나갔다. 이듬해 관광객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해안가 돌담과 기와집을 줄줄이 밀어내고 건물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통창 구조의 2~3층 건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2025년 12월 현재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의 모습. 관광객들이 해안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25년 12월 현재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의 모습.  과거와 비교해 방문객이 많이 줄었다. ⓒ제주의소리

사람과 자본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2011년 3.3㎡당 30만원이던 땅값이 2015년 1000만원을 넘어섰다. 한 카페는 건축비의 5배인 10억원에 매매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보증금 1억원에 연 5000만원짜리 상가가 등장했다. 천정부지인 부동산에 아랑곳없이 해안가를 지나 마을 안쪽까지 카페와 숙박업소 공사가 잇달았다.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칭송받던 월정리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카페와 베이커리 전문점들이 다른 곳에 연이어 등장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었다.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땅값 거품이 심해 대출평가액이 실거래가에 못 미치는 황당한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은행이 감정평가액을 높게 설정하면 대출액도 그만큼 늘어난다. 하지만 급매 물량이 생기면서 실제 거래가격이 대출액보다 낮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해안가 끝자락에 조성된 단독주택 단지. 분양된 토지에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2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시설물이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구좌읍 해안가 끝자락에 조성된 단독주택 단지. 부동산 투자업체 일대 부지를 사들여 분양에 나섰지만 자금난으로 54개 필지가 공매로 넘어갔다.  평가액은 363억원이다. ⓒ제주의소리

실제 2015년 3.3㎡ 24만1000원던 월정 해안가의 카페 부지 공시지가가 2022년 419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이어 정점을 찍고 올해는 384만7800원으로 내려앉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부동산 활황을 틈타 월정리 마을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려던 사업 부지가 통째로 공매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매각 대금만 363억5150만원이다.

해당 부동산 투자업체는 월정해변 끝자락 2만3655.7㎡를 매입해 도로를 만들고 부지를 54개 필지로 쪼갰다. 이후 토지 분양에 나섰지만 7억원 안팎의 가격에 외면을 받았다.

이중 1개 필지가 분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1층 바닥 시공 상태에서 현재는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사업부지 전체가 수년째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만큼 관광객이 찾지 않고 매출이 줄면서 상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높은 임대료에 부동산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사구의 모습. 카페거리가 생겨나면서 각종 건축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사진출처-카카오 로드뷰]
2025년 12월 현재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의 모습.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