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우 뜨고 세금고지서엔 ‘뜨악’…올 한해 울고웃은 중동 비즈니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지난 12월 2일 아랍에미리트(UAE)가 54번째 생일을 맞았다. 세계 최고 높이 빌딩인 부르츠할리파와 중동 최초 디즈니랜드가 지어지고 있는 야스 아일랜드에서 불꽃이 터지고, 전국이 빨강·초록·흰색·검정의 국기 색으로 물들었다. 1971년 사막 위의 작은 연합국으로 출발한 UAE는 이제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를 꿈꾸는 나라가 됐다.
올해만 해도 굵직한 뉴스가 쏟아졌다. 오픈AI·엔비디아·오라클이 참여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UAE’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중동 최대 IT전시회인 ‘자이텍스(GITEX) 2025’에는 전 세계 180개국에서 20만 명이 몰렸다. 중동의 작은 나라가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
그 한복판에서 한 해를 보낸 한국인들은 어땠을까. 약 1만 명의 UAE 한인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부터 흑자 전환했어요”라며 활짝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정리하고 한국 들어갑니다”라며 씁쓸해하는 사람도 있다. 2025년 중동 한국 비즈니스를 돌아본다.

더 인상적인 건 ‘현지화’의 성공 사례다. 한 중소기업은 UAE에서 한국산 설향 딸기 현지 생산에 성공했다. 4000만원어치 모종이 전멸하는 악몽을 딛고 일궈낸 성과다. 유통기한이 짧아 수출이 어려웠던 딸기를 아예 현지에서 키워내는 역발상이 통했다. 현재 메리어트 계열 호텔과 미쉐린 투스타 레스토랑에 납품하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2025 K-엑스포 아랍에미리트’도 화제였다. 배우 류수영의 K-푸드 쿠킹쇼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고, K팝 콘서트에는 1만8000명이 몰렸다. 이 행사에서만 705억원 규모의 비즈니스 상담이 오갔다. 한국 화장품의 UAE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8% 급증해 1억7180만 달러(약 240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8240만 달러에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대기업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건설 수주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현지 스타트업 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동에 발을 담그고 있다. ‘수주’에서 ‘투자’로, 중동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11월에는 한국-UAE 정상회담에서 ‘K-City’ 조성 계획이 발표됐다. UAE 내에 차이나타운처럼 한국 기업과 문화가 집적된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위치, 규모,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신고일 하루 놓쳤다고 벌금이 370만원이라니요.”
올해 초부터 UAE 연방국세청이 미등록 기업에 과태료를 광범위하게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세금 신고 누락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던 기업들이 속출했다. ‘세금 없는 나라’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가였다.
특히 프리존 기업들의 착각이 컸다. “우리는 프리존 기업이니 면세 아니냐”며 등록 자체를 미루다가 낭패를 본 곳이 많았다. 면세 대상이든 아니든 모든 기업이 등록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한인 회계사들은 “올해가 UAE 세무 환경의 전환점이었다”며 “앞으로는 ‘누가 세금을 덜 냈느냐’가 아니라 ‘누가 세무 리스크를 잘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K-City 프로젝트의 구체화 여부도 관심사다. 아직 위치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표와 실행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는 만큼, 지나친 기대보다는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
두바이에서 이벤트대행 및 여행업을 운영하는 타이드솔루션의 윤홍성 대표는 올해를 이렇게 정리했다.
“2025년은 중동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확실히 자리 잡은 해였습니다. K팝, K뷰티를 넘어 K푸드, K테크까지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어요. 내년에는 K-City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중동 한국 비즈니스는 분명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우가 60년 만에 중동 땅을 밟았고, 두바이 사막에서 한국 딸기가 열렸다.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아직 버티고 있는 사람도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낯선 땅에서 도전한 모든 이들의 2025년은 값졌다는 말을 하고 싶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주UAE한국대사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콘텐츠진흥원,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두바이 관광청, UAE 연방국세청, 현지 한국 기업인 인터뷰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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