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따라 550㎞ 멀리 ‘집단 전학’ 日 고교 육상부, 전국대회 최고 성적

김동현 기자 2025. 12. 2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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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돗토리현으로 학교 옮기자
후쿠오카 육상부 학생 18명 전학

지난 21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전국 고교 역전 마라톤 대회. 돗토리현 대표 돗토리조호쿠고 7번 주자 오사 고스케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육상부원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얼싸안았다. 역전 마라톤은 여러 선수가 번갈아 가며 마라톤 풀코스인 42.195㎞를 달리는 대회다. 돗토리조호쿠고 기록은 2시간 2분 11초. 58팀 중 4위였다. 1963년 창립 이래 최고 성적이던 2023년 30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1일 일본 고교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돗토리조호쿠고 1번 주자 혼다 오지로(오른쪽)가 다음 주자인 야마네 소라에게 바통을 넘기고 있다./게츠리쿠온라인

이 학교 육상부 감독과 선수들은 최근 일본 육상계를 뒤흔든 ‘집단 전학’ 사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2006년부터 후쿠오카 육상 명문 오무타고를 이끈 아카이케 겐(52) 감독은 지난 4월 돗토리조호쿠고로 옮겼다. 2년 전 체벌 논란을 빚었던 그를 대신해 오무타고가 새 감독을 데려오기로 하면서다. 그러자 오무타고 육상부 1·2학년 19명 중 18명이 “감독님을 따라가겠다”며 전학원을 냈다. 무나카타 다쿠마는 “훈련은 힘들지만, 한 명의 선수도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과 함께 육상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모두 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두 학교는 550여 ㎞나 떨어져 있어 신칸센을 타도 4시간 가까이 걸린다. 규정에 따라 전학 후 6개월간 공식 대회 출전이 금지되는 페널티까지 감수한 선택이었다.

아카이케 겐 감독

전학 이후 후회하는 학생도 있었다. 기존 부원과 전학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고, 훈련 시설도 상대적으로 열악했기 때문이다. 아카이케 감독은 기존 부원과 전학생 그룹에서 각각 주장을 뽑아 소통 창구로 삼았고, 실내 트랙 대신 모래언덕을 달리는 ‘지옥 훈련’도 강행했다.

기존 멤버 주장인 하야타 게이야는 “전학생들에게 지지 않으려 죽기 살기로 훈련했다”고 했다. 아카이케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하나가 되어 완주한 제자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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