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문화 역사·정체성 재조명…지역학적 관점 연구 열기

이채윤 2025. 12. 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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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학 학술대회 잇따라
시립박물관 설립 필요성 대두
“용신제 확산 지자체 노력해야”
“예맥 실체·변천 과정 연구 지속”
“최좌해 초상 역사적 가치 높아”

대규모 청동기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춘천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묻는 지역학 연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춘천학연구소를 비롯해 개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굵직한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리며 도시가 지닌 역사적 정체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예맥에 대한 논의를 비롯해 춘천의 수성 최씨, 선산 김씨 가문이 소장하고 있는 초상화와 고문서를 통해 지역학적 관점으로 지역을 연구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립박물관 설립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보물 등재 가능성이 높은 춘천의 문화유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춘천의 예맥역사문화권 정비 사업이 정체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에는 진종오 국회의원이 중도 유적지의 장기 방치 문제를 거론하는 등 지역사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제기됐다. 학계는 ‘박물관’으로 관리 영역이 확대된다면 국립춘천박물관과의 연구 연계성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춘천에서 진행된 지역학 학술대회의 주요 논의를 정리했다.
▲ (사진 왼쪽부터) 춘천문화원이 19일 문화원에서 춘천학연구소와 한림고고학연구소·고조선부여사연구회와 공동으로 ‘춘천 예맥역사문화권 고고학과 문헌의 만남’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400년 전통 춘천 신용연 기우용신제

강원문화예술연구소(소장 허준구)와 예맥무천예술보존회(회장 한승희)가 21일 강원문화예술연구소에서 춘천 신용연 용신제 정립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신용연 용신제’는 400여년 전통의 춘천의 대표적 기우제로, 춘천의 평안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민속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400년 전통의 춘천 용신제 계승을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에서는 이학주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장이 ‘춘천 신용연 용신제의 역사성과 확산’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 연구장은 “축제를 이끄는 종합 예능인이었던 무당이 신용연 기우용신제를 이어왔고, ‘강원도지’에도 춘천의 기우제 관련 기록이 등장하는 등 역사성이 있다”며 “조선왕조실록의 홍천 팔봉산 당굿의 기록이 춘천 신용연 용신제와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춘천 용신제는 강원도 민속예술첵제와 굿 경연대회 출품을 통해 전승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용신제 확산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맥’ 변천 과정 연구, 예맥역사문화권 학술대회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소장 직무대행 유명희)가 19일 문화원에서 춘천학연구소와 한림고고학연구소·고조선부여사연구회와 공동으로 ‘춘천 예맥역사문화권 고고학과 문헌의 만남’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조원진 한양대 교수는 2010년대 이후 중국 학계에서 발표된 예맥 관련 연구 동향을 발표했다. 그는 “예와 맥의 기원을 분리하고 이주한 맥족의 주도권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의 연구 경향은 예맥을 중국 동북 변방사 체계 안에 편입하려는 목표가 내재된 것”이라며 “향후 예맥의 실체와 변천 과정, 한민족 형성에 기여한 문화적 연속성을 파악하는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연 한림대 연구교수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춘천 맥국조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심 교수는 “춘천 맥국은 일제강점기에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실제적인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춘천에 살던 주민들이 남긴 물질 자료의 연구를 통해 삶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삼국시대 춘천은 백제, 고구려, 신라의 물질문화가 확인되고, 말갈 무덤까지 발굴되는 등 ‘다문화’ 사회였다”고 말했다.
▲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린 한국한문국역연구소의 ‘춘천 수성최씨 최좌해 초상화 및 고문서 가치 연구’ 학술 대회.

■춘천 수성최씨 최좌해 초상화 및 고문서 가치 연구

한국한문국역연구소(소장 한희민)는 12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춘천 수성최씨 최좌해 초상화 및 고문서 가치 연구’를 주제로 학술 대회를 열었다. 한희민 소장은 “춘천지역 문화와 학문을 선도한 가문인 춘천최씨가 소장한 18~19세기 초상화 및 고문서는 춘천지역의 문화를 간직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길홍 문화체육관광부 박사는 최좌해 초상에 대해 “조선 후기 이름을 떨쳤던 이명기와 김홍도가 함께 그린 초상화는 서직수 초상 이후 처음”이라며 “제작연대가 기록돼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안세현 강원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최좌해와 함께 김낙수 일기에 등장한 이들을 함께 연구한다면 춘천의 유림 활동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대에 걸쳐 쓴 김낙수 일기를 통해 본 춘천

앞서 2일 진행된 춘천학연구소 콜로키움에서는 ‘퇴암 김낙수 일기를 통해 본 춘천’이라는 주제로 퇴암 김낙수 일기의 역사성도 조명됐다. 선산김씨 가문이 소장한 50책에 이르는 일기 자료는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200년 여간 후손들이 대를 이어가며 써온 기록이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 자료는 많지만, 춘천 선산김씨 문중의 일기처럼 한 가문에서 6대에 걸쳐 작성된 일기자료는 유일하다. 퇴암 김낙수는 1784년부터 1786년까지 춘천부사로 재임하면서 춘천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일기에 기록했으며 19세기 춘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이채윤 기자 cyle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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