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회가 사병 통닭 사줄 돈까지 잘라... 軍예산 감축도 계엄 이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 “주임원사가 사병들에게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줄 때 필요한 돈까지 잘랐다”며 군 예산안 감축을 지목했다. 대통령이던 시절 군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가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신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사실은 군이라는 게 사병도 중요하고 고급 간부도 중요하지만, 허리에 해당하는 부사관과 초급 장교가 탄탄해야 한다”며 “이탈이 굉장히 심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 들어서 이걸(초급 간부 처우 개선) 계속 추진했다”며 “이들이 그만두는 것을 막는 것이 어떤 비싼 무기보다도 중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예산안이 국회로 가면 그냥 잘렸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주장이다. 단순한 사기 문제가 아니라 국방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예산 확보가 국회의 비협조로 무산됐다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은 “전방 관사들을 보면, 40년씩 돼 녹물이 나온다”며 “이런 걸 수리하고, 이사비를 제대로 (지원)하라는데, 관련 예산이 (국회에) 올라가면 잘린다”고 했다. 박 전 총장도 “군에 오면 평생이 보장돼야 하는데, (예산안이) 많이 올라간 상황에서 잘리다 보니 사기가 뚝 떨어졌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주임원사가 소대 사병들을 관리하는데, 하다못해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주려 하면 필요한 돈을 딱딱 골라서 자르는지 모를 일”이라며 “내가 이런 거 몇 번이나 얘기했다. 몇 년을”이라고 했다. 이러한 군 예산안 감축이 계엄 선포와 관련이 있다고 윤 전 대통령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총장은 비상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 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되고 포고령 하달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에서 김 장관이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으로 한다’고 했다”며 “불응하면 항명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직후 김 장관이 노란 봉투에서 ‘포고령 1호’ 문건을 꺼내 건네며 “공지하라, 하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포고령을 건네받고 “습관처럼 법무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김 장관이 ‘검토 완료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박 전 총장은 증언했다. 이어 문건을 살펴보던 중 ‘처단’이라는 표현을 보고 놀라서 읽어봤다면서 “계엄법에 의해 처벌하고 단죄하는 건가 보다 했는데 우리 군대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시간 표기를 ‘22시’에서 ‘23시’로 수정한 뒤 다시 타이핑해 최종본을 만들어 하달했다고 밝혔다.
포고령 하달 직후에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는 게 박 전 총장 증언이다. 박 전 총장은 “대통령이 ‘하달됐냐’고 물었고, 저는 ‘하달됐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도 연락해 “포고령이 하달됐다”는 사실과 경찰 병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국회 차단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9일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 군 관계자, 조 전 청장 등 경찰 관계자의 내란 혐의 사건을 하나로 병합하고,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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