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진드기가 너무 많아”…24시간 가렵고 따갑다는 38세女, 왜?

정은지 2025. 12.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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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검염 진단 이후 전신 증상 호소… 데모덱스 과증식·심인성 피부감각 이상까지 감별 필요
얼굴과 몸 전체에서 미세한 진드기가 '24시간 내내 기어 다니는 느낌'을 준다며 극심한 가려움과 작열감, 발진을 호소하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단=크라우드펀딩

얼굴과 몸 전체에서 미세한 진드기가 '24시간 내내 기어 다니는 느낌'을 준다며 극심한 가려움과 작열감, 발진을 호소하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런던 북서부 할스던에 거주하는 싱글맘 조디 알콕(38)은 피부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데모덱스(Demodex) 진드기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상태라고 믿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 전반이 심각하게 제한됐다고 주장한다.

조디는 2023년 9월 얼굴과 팔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을 처음 인지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가려움으로 여겼지만, 이후 피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증상은 점차 악화돼 전신으로 확산됐다. 그는 처음에 집 안의 벼룩 감염을 의심해 수개월간 여러 차례 방역을 진행했지만, 해충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려움과 따끔거림, 피부 발진은 지속됐다.

이후 조디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데모덱스 과증식 가능성을 접했다. 데모덱스는 대부분의 성인 피부 모낭에 존재하는 미세 진드기로, 일반적으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특정 조건에서 과도하게 증식할 경우 피부 자극, 홍조, 구진이나 농포를 동반하는 데모디코시스(demodicosis)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9월, 조디는 안과 진료를 통해 안검염(blepharitis) 진단을 받았다. 안검염은 눈꺼풀 가장자리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데모덱스와 연관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얼굴 이외 신체 부위에서의 데모덱스 과증식에 대해서는 아직 객관적인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조디는 의료진에게 여러 차례 데모덱스 과증식을 의심한다고 호소했으며, 한때 옴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증상 개선은 없었다. 이후 다른 의사의 진료에서 "증상 양상이 데모덱스 문제와 유사해 보인다"는 설명을 들었고, 현재는 국민보건서비스(NHS) 피부과 진료를 기다리는 한편 개인 병원을 통한 치료도 고려하고 있다. 전신 검사와 맞춤 치료에 약 3000파운드(약 510만 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치료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 중이다.

증상이 지속되면서 조디의 생활은 극단적으로 변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매일 침구와 옷을 세탁해 비닐에 보관하며, 가구와 바닥을 반복적으로 소독한다. 가죽 소파를 사용하고, 매트리스와 헤드보드를 비닐로 감싸며, 베개는 며칠마다 새것으로 교체한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과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생존을 위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조디는 특히 어린 아들과의 신체 접촉을 꺼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아이를 안은 뒤 접촉 부위에 작은 발진이 나타나는 것 같았고, 아이가 가려움을 호소한 적도 있어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증상 시작 시점이 출산 직후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가 증상 촉발 요인이 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데모디코시스, 데모덱스 진드기 과다 증식으로 가려움·작열감 부르는 염증성 피부질환

조디가 앓는 안검염과 데모디코시스는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얼굴과 눈꺼풀 주변에 서식하는 데모덱스 진드기를 공통 요인으로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은 증상이 겹칠 수 있어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안검염은 눈꺼풀 가장자리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가려움과 화끈거림, 눈꺼풀 부종, 충혈, 눈곱 증가, 속눈썹 뿌리의 각질 등이 대표적이다. 임상적으로는 속눈썹 부위의 전안부 안검염과 마이봄샘 기능 이상과 연관된 후안부 안검염으로 나뉘며, 세균 증식, 피지 분비 이상, 지루성 피부염, 주사성 피부염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검염을 일으키는 요인에는 데모덱스 진드기도 있다. 데모덱스는 성인 대부분의 얼굴 피부, 특히 속눈썹 모낭과 피지선에 서식하는 미세한 진드기로, 일반적으로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진드기 자체의 물리적 자극과 함께 진드기가 운반하는 세균, 면역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데모덱스 밀도가 높은 환자에서 안검염 발생률이 더 높다는 연구들이 보고돼 있다.

데모덱스의 존재 자체가 곧 질병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데모디코시스는 이러한 데모덱스 과증식으로 인해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얼굴 피부에서는 홍조, 가려움, 작열감, 구진이나 농포, 거친 피부결, 각질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주사성 피부염이나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속눈썹 부위에 데모덱스가 집중될 경우, 안검염 증상이 동반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안검염은 임상 증상과 눈꺼풀 소견을 중심으로 진단되며, 데모디코시스가 의심될 경우 피부 긁개 검사나 속눈썹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데모덱스 개체 수를 확인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반드시 데모덱스 밀도가 높은 것은 아니며, 반대로 데모덱스가 많아도 무증상인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단순한 감각 호소만으로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객관적 검사와 임상 양상의 종합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치료 역시 과도한 '박멸' 개념보다는 염증 조절과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다. 안검염의 기본 치료는 눈꺼풀 위생 관리로, 온찜질과 눈꺼풀 세정이 핵심이다.

데모덱스가 관여한 경우에는 티트리 오일 성분을 활용한 세정제, 국소 항염 치료, 필요 시 항생제나 항기생충 성분의 외용제가 사용될 수 있다. 얼굴 피부의 데모디코시스 역시 피부과 전문의 판단에 따라 단계적으로 치료한다. 클리브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데모디코시스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며, 갑작스러운 가려움과 홍조, 농포가 나타날 경우 다른 피부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기어 다니는 느낌'과 같은 강한 피부 감각 이상은 염증뿐 아니라 신경 과민, 불안, 수면 부족 등과 결합돼 증폭될 수 있어, 필요 시 심리적 요인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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