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둘러싼 딜레마…해외 투자 큰손들 “안 하면 위험, 하면 비용”
한·미 금리역전 장기화…연 150~200bp '환헤지 비용'
"수익률 극대화 vs 리스크 제거"…부서간 의견 충돌도
한미 금리·환율 변화…기관투자자 환헤지 전략 '시험대'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최근 몇 년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되면서 기관투자자(LP)들이 환헤지 전략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환율 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환헤지를 유지하자니 비용 부담이 많고, 그렇다고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율 급변에 따른 손실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 금리>미국 금리 시절…환헤지 '추가수익' 발생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해외자산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자(LP)들 사이에서 환헤지 전략을 둘러싼 내부 논의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환리스크)을 줄이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미래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전략이다. 주로 선물환 계약을 활용한다.

예컨대 한국 수입상이 3개월 후 수입결제를 해야 한다면 현재 매매계약 체결시점에서 3개월 만기 선물환 거래로 결제환율을 고정시켜 놓음으로써 3개월 동안의 환율변동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물환 계약은 만기에 손익을 확정하지 않고 다시 연장(롤오버)하는 과정에서 정산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연말에 만기가 집중되면서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구조다.
과거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았던 시기에는 달러에 '환 프리미엄'이 있어서 환헤지를 해도 오히려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환 프리미엄'은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 판단한다.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이 양수면 '선물환 프리미엄' 상태고, 음수면 '선물환 디스카운트' 상태다.
이는 두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금리 차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가 낮은 통화는 금리가 높은 통화 대비 '선물환 프리미엄' 상태가 된다. 반대로 금리가 높은 통화는 '선물환 디스카운트'가 된다.
선물환 프리미엄 상태에서는 스왑포인트(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 만큼의 추가적 이익이 발생한다. 지난 2010년에는 환 프리미엄이 20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포인트)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률 극대화 vs 리스크 제거"…부서간 의견 충돌도
다만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웃돌면서 환헤지 비용 구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3.50~3.7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 2.50%보다 높다.
달러가 '환 디스카운트' 된 것. 이에 따라 기관들이 환헤지를 유지할 경우 연 150~200bp 수준의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해외 자산 비중이 높은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헤지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속할 경우 연간 수백 bp에 달하는 비용 부담이 누적돼서다.
이런 환경 변화로 기관 내부에서도 투자 부서와 리스크 관리 부서 간 시각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자 담당 부서는 환헤지 비용이 장기 수익률을 훼손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리스크 관리 부서는 환율 급변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낮았던 시점에 체결했던 환헤지 계약이 현 시점에 부담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기존 계약을 롤오버(연장)할 경우 상승분만큼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헤지를 안 하자니 위험하고, 하자니 비용이 문제인 진퇴양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환헤지 계약을 연말을 롤오버(연장)할 경우, 환헤지 비용이 평가 과정에 반영되면서 순자산가치(NAV)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생긴다. 일부 기관에서는 환헤지로 순자산가치가 증가하는 규모가 몇백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담당 부서와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리스크 관리 부서가 환헤지 비율을 놓고 의견 충돌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한·미 금리와 환율 환경이 동시에 바뀌면서 LP들의 환헤지 전략이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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