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강화 vs 행정 낭비’…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전일제 추진 ‘갈등’
기존 5시간서 8시간제 전환 정책 추진
교사 93% “현장 외면한 정책” 반대
업무 떠넘기기·교육 질 저하 우려
울산교총 “정책 전면 재검토” 요구

22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타 시·도와 차별화된 보육 12시간 체제 운영을 목표로 단설 유치원부터 단계적으로 5시간 시간제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를 8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 아침·저녁 돌봄을 전담사가 직접 담당해 학부모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5시간 전담사들은 8시간 전일제와 차별 철폐를 촉구하며 근무조건을 동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5시간 전담사들은 "시간제 노동자로 채용해놓고 근무시간 내 수업준비 시간도 마무리 정리 시간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힘겹게 열정만으로 일할 수 없다"라며 "전담사의 역할과 직무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유치원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장 교원들은 유치원 방과후 과정 전담사보다 유보통합을 위해 시범 운영 중이었던 '돌봄플러스(아침, 저녁 돌봄)'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이나 보육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돌봄플러스 인력은 단순 돌봄 외에도 교사 부재 시 보결 수업, 급식 지도, 현장체험학습 지원 등 유치원 운영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반면 8시간으로 전환될 예정인 방과후 전담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교육과정 지원이나 급식 지도 등 추가 업무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들은 '돌봄' 업무만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교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교총은 "현재도 일부 전담사들이 노조 지침을 우선시하며 기관장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시간만 늘리는 것은 교사들에게 행정적 부담과 갈등만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불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울산교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치원 교원의 93%가 이번 전환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울산교육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재정적 측면에서의 비효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규모 인건비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는 결국 공립유치원의 필수 교육활동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휴원 예정인 유치원은 10곳이다. 교육현장에서는 10곳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이 재배치되는 상황에도 울산교육청이 시간제 전담사를 전일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특혜일 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표몰이식 선심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현장 교사는 "채용 당시의 기준과 업무 범위가 다른데도 별도 검증 없이 일괄 전환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라며 "내년 휴원하는 유치원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돌봄 전담사만 늘어나면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다. 오히려 그 예산을 유치원 환경 개선에 투입해야한다"라고 꼬집었다.
울산교총은 이번 정책이 유아와 학부모의 실익보다는 특정 집단의 요구에 치우쳐 있다고 보고 △8시간 전담사의 업무 실태에 대한 객관적 평가 선행 △명확한 업무분장 및 관리·감독 체계 확립 △인건비 증가가 교육 여건에 미칠 영향 분석 등을 교육청에 요구했다.
울산교총 이진철 회장은 "교육의 출발점은 유아와 학부모여야 한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교육 현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논란에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전일제 전환 계획을 검토 중인 것은 맞으나, 세부 사항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라며 "현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주체들과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거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기 위해 '12시간 보육 체제' 구축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