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강록의 요리 노트(최강록, 클)

책을 읽다가 생각과 달라서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이 그랬던 거 같다. 당연히 유명 쉐프의 요리책이니 일반인이 따라하기 어려운 화려한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요리책처럼 컬러 사진이 곁들여지고, 자기의 시그니처 요리를 소개하는 그런 구성의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제가 생각하는 요리는요.' 라고 옆에서 조근조근 말하는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왠지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첫 구절이 소금 간을 마스터하자는 이야기다.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요리책에서 소금간 이야기가 제일 처음 나오다니! 너무 당연해서 안 적은 걸 오히려 적은 느낌이다. 책을 보니 2023년에 다시 나오긴 했는데 원래는 2015년에 쓴 '이건 왜 맛있는 걸까' 라는 책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유명한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자기 가게를 가지고 있는 쉐프다. 책에 대해 전혀 몰랐을 때는 유명 쉐프니 일반인이 넘보기 힘든 가이세키 요리 같은 거 소개하나 했었다. 그런데 소금간을 시작으로 제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밥, 라면, 간장, 된장, 미소 등 기본 재료를 토대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음식 에세이에 가깝지 싶다. 본인도 이 책은 요리책이라기보다 에세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고 한다. 레시피도 텍스트로만 되어 있다. 사진이 없다. 그냥 재료를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 어떻게 요리하는게 좋을지를 다루고, 그에 따른 요리 하나씩 소개하는 구성의 책이다.
방송에서 본 사람의 모습이 책에도 그대로 나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다. 15분 동안 요리하는 프로그램에서 몇 분 남지 않아도 느릿하게 자기의 요리를 하고 있다. 오히려 보는 내가 답답해 죽을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책도 방송 모습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고수의 요리책 같은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본에 충실하고, 재료 하나에 공을 들이고, 서두르지 않고 요리가 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는 쉐프의 마음가짐이 담긴 책이랄지. 잘하는 요리가 조림이라는데, 그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에 여러 요리책을 꺼내 놓고 비교해 보게 된다. 올해 본 요리책을 죽 떠올려 본다. 상반기에 출간된 정관스님의 책이라던가, 류수영의 요리책이라던가, 게임 오버위치를 근간으로 한 요리책 등 재미있는 기획의 책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이 잔잔히 기억에 남고 다시 읽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기본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다른 요리책처럼 화려하거나 희귀한 느낌은 없는데, 매일 먹는 집밥의 재료 하나하나를 알려주고 '이런 거 한 번 요리해 봐?' 라는 느낌이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예전에도 이 책 소개하는 글을 적었다가 너무 평범한 책인 거 같아서 다른 책을 소개하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감상 겸 소개 글을 적게 된다. 큰 특징이 없는데, 그게 오히려 강점인 책이다. 아마 시간이 꽤 지났는데 책이 다시 나올 수 있던 것도 그 탓이 아닐까 싶다. 어찌 될지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책을 읽게 된다. 한 번 잔잔히 읽어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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