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가스터빈의 경쟁력 … 11m 설비에 0.05mm 오차도 허용안해
정밀주조 필요한 고난도 공정
내열작업으로 칼날 손상 막아
빅3 점유율 90% 터빈시장서
자체개발 6년 만에 수출 성공
4만개 넘는 부품 90% 국산화
수백개 협력사에 기술 전수도
◆ 창간 60주년 미래를 바꾸는 K테크 ◆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 약 8만㎡ 규모의 가스터빈 사업장은 터빈 부품을 가공하기 위한 작업자들로 분주했다. 그중 터빈 블레이드를 생산하는 라인은 섬세함까지 돋보였다. 20㎝ 길이의 금속 블레이드를 수조에 넣고 바늘에 실을 끼우듯 살피다 스파크를 튀기며 방전 가공을 반복했다. 특수 합금으로 만든 칼날에 직경 0.7㎜의 '공기구멍'을 수십 번 뚫는 작업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자립을 이끈 남삼식 GT(가스터빈) 시스템설계팀장은 "가스터빈의 내부 온도는 최대 1650도까지 올라간다"며 "초고온·고압의 환경을 견디기 위해 니켈 기반의 초내열 합금을 쓰지만 블레이드 손상을 방지하려면 내열 작업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밀 주조로 뚫은 미세한 '숨구멍'과 세라믹 코팅은 블레이드가 실제로 받는 온도를 950도 안팎으로 낮추는 공정"이라고 부연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현실화로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으로 한국의 '에너지 자립'을 선도하고 있다. 2019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가스터빈 5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스터빈의 본고장'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2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 3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지난 10월 같은 기업과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 만에 추가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고객사명과 공급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스터빈 1기가 통상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1조원의 실적을 거두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역량은 후발 주자로서 비약적인 성장세라는 평가다.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에너지,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 등 3개사가 90% 이상 과점하는 가운데 2019년 국산화한 지 6년 만에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터빈 입구 온도 1500도 이상의 고효율 모델인 H급 중 초대형(300㎿ 이상) 발전용량에서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다. 가스터빈 부문은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부를 만큼 최고 수준의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일반 대기를 24배가량 압축한 공기와 연료를 혼합한 기체를 제트엔진처럼 태워 발생시킨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이 과정에서 터빈 블레이드는 10g의 무게가 1t으로 느껴지는 악조건을 견뎌야 한다. 또 직경 5m, 길이 11m가량에 무게는 300t이 넘는 대형 설비를 0.05㎜의 오차범위 안에서 조립해야만 가동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사업장은 이 같은 기술력을 한 공간에 모았다. 크게 압축기와 연소기, 터빈 세 부분으로 나뉜 작업 공정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소재와 공법을 면밀하게 검증하며 이상 작동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약 4만3000개 부품을 90% 이상 국산화하고 소수 직원이 여러 공정을 책임지고 완제품을 만드는 셀 방식으로 조립해 오차를 최소화했다. 남 팀장은 "기술 자립 전 가스터빈을 유지·보수할 때 미국과 해외 기술자들은 기술 유출을 막겠다며 한국 기술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천막 등으로 작업 현장을 가린 채 작업했다"면서 "현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지 않은 가스터빈에 대해서도 부품 대체를 90% 이상 달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입 대체 효과를 계산하면 약 10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협력사와의 공존도 추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가스터빈 부문의 경우 약 230곳, 스팀터빈으로까지 확대하면 약 340곳으로 늘어난다. 회사는 이들 기업에 자체 기술을 전수하거나 협력사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시장 공략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AI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매코이에 따르면 지난 1~9월 전 세계 가스터빈 주문량은 66.1GW(기가와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글로벌 빅3(GE·지멘스·미쓰비시)에 주문하면 5년 뒤인 2030년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회사는 이 같은 조건에서 '납기 1년'과 같은 속도전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남 팀장은 "2028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8대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12대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가스터빈은 공급만큼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 DTS도 향후 수주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 이진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고려대 의대 붙고도 절반 이상이 안와요”...수시 합격 미등록, 서울대만 ‘0명’ - 매일경제
- 이마트, 1월1일 새해 ‘고래잇 페스타’ 진행…“행사 규모 대폭 확대” - 매일경제
- “언니, 연 수익률 60% 직원 전용이야”...단골고객 11명, 250억 믿고 맡겼다 - 매일경제
- 中 전투기, 프랑스 라팔과 붙었다…‘모의전쟁 훈련’ 진행한 중국, 왜? - 매일경제
- “답례품도 남다르다”…김우빈 신민아 결혼식 하객 선물 ‘화제’, 뭐길래 - 매일경제
- 360조 투자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보상 착수 - 매일경제
- “설마 나한테까지”…20억원대 투자 사기당한 전 프로야구선수 ‘충격 근황’ - 매일경제
- 개인사업자 연체율 역대 최악…코로나 때보다 2배 높다 - 매일경제
- 이재용이 세번이나 찾아간 ‘이곳’…삼성의 미래가 달렸다는데 - 매일경제
- ‘女 단식 최초’ 안세영, 11번째 트로피 사냥 성공! 단일 시즌 최다 우승 + 상금 14억 돌파…中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