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제 공화국, 주민 삶은 나아지고 있는가

장수진 2025. 12.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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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진 인천 동구의회 의원

인천 동구의 축제예산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지역 활력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다양한 행사가 추진되고 있지만, 그만큼 주민 삶이 나아지고 있는지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축제의 양적 확대가 지역 발전 결과로 자동 연결되지 않음에도, 행정은 축제 중심의 예산 편성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2025년 동구의 행사·축제경비는 전체 예산의 1.53%를 차지한다. 이는 인천 10개 군·구 가장 높은 수치다. 인천에서 1위 전국에서 12위이다. 인천 평균은 0.46%, 동구를 제외한 자치구 평균은 0.34%에 불과하다. 동구가 얼마나 예외적인 수준의 축제예산을 편성하고 있는지 분명하다. 더구나 예산은 52억 원으로, 구 재정 규모를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증가 속도이다. 2022년 23억원이던 축제예산이 3년 만에 52억 원으로 무려 29억원 증가했다. 이 수치는 '성공적인 축제정책'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예산 팽창'을 말해준다. 축제가 끝난 뒤 제대로 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졌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산만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위험 신호다. 주민 삶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축제 실적 쌓기'로 변질하고 있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동구처럼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가 축제예산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작 주민 생활과 직결된 복지, 교육·돌봄, 주거환경 개선, 도시 정비 예산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축제는 잠시 흥을 돋울 수는 있지만, 주민 삶을 바꾸는 것은 일상의 안전과 복지, 생활 인프라다. 축제에 치우친 예산 구조는 기본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더욱이 우리는 제물포구 출범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동구와 중구 일부가 통합되며 새로운 자치구가 시작되는 이 시점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재정비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구가 개별적으로 하던 축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심지어 확대하려 한다면, 제물포구는 출범과 동시에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제물포구가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 구조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축제예산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구조를 멈추고, 동구 중구 전체 예산을 통합적으로 검토해 중복·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통합 이후에도 '각 구 몫 챙기기식 축제 나열'이 이어진다면 새로운 자치구의 비전은 출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축제가 많아지는 것이 주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 매년 수십억 원을 쏟아붓는 만큼, 동구의 미래가 더 밝아졌는가? 그 답이 분명하지 않다면, 예산 편성 방식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새로운 제물포구의 출범은'양적 확대'가 아닌 '효율과 책임'이라는 기준을 세울 절호의 기회다. 축제는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주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가 많아질수록 풍성해져야 하는 것은 행사 일정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지역의 내실이다. 바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동구가, 그리고 앞으로의 제물포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장수진 인천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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