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시작해 7억 기부왕으로…10년째 변치 않는 나눔

진유한 기자 2025. 12. 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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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형편에 매서운 추위까지 겹치며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어 "주변을 돌아보니 어려운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 번 남을 돕기 시작하니 계속하고 싶어졌고, 연말이 되면 어디에 기부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며 "벌어서 꼭 붙잡고만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 돕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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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제주 만들기] ③김순덕 돈사돈 대표

가난 딛고 일어나 전국 20여개 프렌차이즈 매장 일궈
“손님 덕에 돈 벌고 도움도 많이 받아…다시 돌려드려야”
어려운 형편에 매서운 추위까지 겹치며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 기획을 네 차례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김순덕 돈사돈 대표가 22일 가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돼지고기구이 맛집인 돈사돈을 운영하는 김순덕씨(62)는 제주에서 '기부왕'으로 통한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지역사회 곳곳에 기탁한 성금만 누적으로 7억원이 넘는다.

김씨는 공동대표로 있는 남편 양정기씨(66)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부부 아너'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에는 누적 기부금 6억원을 달성하며 도내 최고액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늘날 돈사돈이 제주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남 나주 출신인 김씨는 유년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집을 나와 어린 시절부터 목욕탕에서 일했다. 청소와 매점, 때밀이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김씨가 제주에 내려와 남편을 만난 곳도 목욕탕이었다. 가난이 되물림될까 두려워 남편과의 사이에서 자식도 낳지 않았다.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같은 일터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고, 모은 돈으로 2005년 작은 식당을 열었다.

식당 이름은 '돈과 사돈을 맺어보자'는 뜻에서 돈사돈으로 지었다.
김순덕 돈사돈 대표가 최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김장김치 1000kg을 기탁했다.

22일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돈사돈 본점에서 만난 김씨는 "큰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장사가 아니었다"며 "집에서 먹는 것처럼 하자, 그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치는 직접 담그고, 고기는 신선도 하나만을 고집했다.

상호명 덕분이었는지 연탄불에 구워 먹는 고기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관공서와 공항 직원들까지 단골이 되며 돈사돈은 대박집으로 성장했다.

김씨는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겪고 나니 나에게도 이런 복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손님들 덕에 돈을 벌게 됐고,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한 끝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을 돌아보니 어려운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 번 남을 돕기 시작하니 계속하고 싶어졌고, 연말이 되면 어디에 기부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며 "벌어서 꼭 붙잡고만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 돕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현재 돈사돈은 전국에 2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는데, 부부는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를 받지 않는 운영 방침도 고수하고 있다.

김씨는 "가맹비를 일절 받지 받고, 오히려 우리가 가르쳐 주면서 1년 내내 숙식을 제공하고, 월급까지 줬다"며 "장사라는 게 정말 힘들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아 활발하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나눔에 대한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아프지 않는 데까지 일을 하며 꾸준히 기부하고, 쉽지 않겠지만 봉사활동도 계속 이어 나가려고 한다"며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것이 지금의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