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현백에 밀려" 롯데백화점 분당점, 27년 만 폐점…수도권까지 번진 구조조정
내수 침체 속 저효율 점포 정리·핵심 점포 집중 가속
판교 현대백화점 상권 중심 경쟁 구도로 인한 매출 감소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끝내 문을 닫는다. 1999년 개점 이후 27년 만인 2026년 3월 영업을 종료한다. 내수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백화점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방 중소형 점포를 넘어 수도권 매장까지도 구조조정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 분당점 임대인과 영업 종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상호 발전을 위한 방향이라는 공감대 아래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분당점은 내년 3월 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현재 임대인은 자산가치 밸류업을 위해 오피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며, 향후 해당 건물은 오피스와 리테일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영업 종료에 앞서 임직원과 협력사,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점포 근무 직원은 희망 여부에 따라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용역 직원에 대해서도 인근 점포 재배치와 지자체 협의를 통한 재취업 지원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999년 문을 연 분당점은 개점 초기 롯데백화점의 경기 지역 첫 점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한때 분당·성남 일대를 아우르는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지만, 소비 패턴 변화와 내수 침체, 상권 재편 등이 맞물리면서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수익성도 악화됐다. 특히 2015년 분당점에서 약 1.8km 떨어진 인근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들어서면서, 명품·고소비층 수요가 판교로 이동했고 분당점의 입지는 약화되며 매출 감소가 가속화됐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 분당점 매출은 1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줄었으며, 국내 주요 백화점 68개 점포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반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하 7층~지상 13층, 연면적 23만㎡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와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분당 상권을 장악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콘텐츠, 팝업스토어 및 대규모 체험형 공간 등을 내세워 분당 지역 대표 소비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당당히 전국 5위 자리를 꿰찼다. 올해 상반기에는 9406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10.3% 성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현대백화점 판교점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명품 브랜드 확장과 대규모 리뉴얼 투자 등에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업계 내부에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분당은 물론 안양·용인·수원(광교) 등 광역 상권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롯데백화점 분당점 폐점 이후 판교 상권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당은 주요 소비층이 판교쪽으로 완전히 이동한 상황"이라며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점 이후 지속적인 리뉴얼과 명품 브랜드 유치 등으로 고소비층을 흡수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백화점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구 감소, 이커머스 플랫폼 확산, 소비 위축 등 여러 구조적 요인이 겹치며 중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점을 시작으로, 올해 그랜드백화점 일산점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도 문을 닫으며 수도권에서도 폐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사업은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인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유지하기보다는 주요 거점 점포 중심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 중소형 점포 정리에 이어 이제는 수도권에서도 운영 효율을 기준으로 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핵심 상권 집중 전략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과 매출 성장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당점 폐점은 롯데백화점이 추진 중인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부로 평가된다. 롯데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고객 취향·경험과 콘텐츠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허브'로의 전환을 목표로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점포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중구 본점과 잠실점, 인천점, 노원점 등 주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특히 본점과 잠실점은 대형 복합 상권 '롯데타운'으로 조성해 국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점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잠실점은 올해 연매출 3조원을 달성했고, 명동 본점 역시 지난 6일 매출 2조원을 조기 돌파했다. 본점과 잠실점 두 점포만 합산한 매출이 2년 연속 5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 가운데, 최근 롯데그룹이 유통군 수장을 전원 교체하고 백화점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며 그룹 차원의 고강도 체질 개선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군 수장을 전면 교체하는 고강도 개편을 단행했다. 신임 대표로 1975년생 정현석 부사장이 선임됐다. 정 대표는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로, 롯데백화점 현장 경험과 함께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과거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며 불매운동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매출을 1조원 규모로 회복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점포 재배치와 자산 효율화,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롯데백화점은 곧바로 조직 재편에 나섰다.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마케팅·AI·이커머스·브랜딩 등 전략 조직을 이곳 산하로 재편했다. 대표 직속 조직인 넥스트콘텐츠랩도 새로 만들며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내비쳤다. 단순한 운영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폐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그저 단기 실적 방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점포 수 감소가 시장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폐점은 고정 인건비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경쟁력과 신규 고객 유입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당점 폐점을 계기로 롯데 유통군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핵심 점포 중심 전략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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