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이비치 테러범, 필리핀서 훈련받았나...IS 접촉 가능성
마르코스 "추측성 보도가 국가 명성 훼손"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기 난사 사건 테러범이 범행 전 약 한 달간 필리핀에 체류하면서 총기 판매점과 종교 지도자 등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다이 비치 범행을 앞두고 필리핀에서 사전 계획 수립 및 모의 훈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필리핀 정부는 수사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자국이 ‘테러 온상’으로 낙인찍히는 데 경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필리핀 경찰, 테러범 부자 체류 기록 역추적 중
2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 경찰은 본다이 비치 총기 난사 사건 피의자인 사지드 아크람(50·사망)과 그의 아들 나비드 아크람(24)이 다바오시에 한 달간 체류한 기록을 역추적하며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조사하고 있다. 레온 빅터 로세테 다바오 경찰청장은 “호주 정보 요원과 공조해 시 전역 폐쇄회로(CC)TV 영상과 호텔 기록 등 확보 가능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아직 확인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14일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에서 아크람 부자가 총기를 난사해 10세 소녀와 87세 노인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숨졌다. 아버지 사지드 아크람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아들은 체포됐다.

이후 두 사람이 지난달 1일부터 28일간 필리핀 다바오의 한 저가 호텔에 머문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슬람국가(IS) 등 필리핀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직으로부터 테러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사 과정에서 사지드 아크람이 다바오시의 한 총기 판매점을 방문한 정황도 포착됐다. 다만 실제 총기 구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NYT "무슬림 종교 지도자 만난 것으로 보여"
필리핀 수사 당국은 아크람 부자가 다바오를 벗어나 장거리 이동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에두아르도 아뇨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외출 시간은 보통 2~3시간에 그쳤고, 가장 길었던 경우도 약 8시간이었다”며 “다바오시를 떠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시내 사격장 7곳을 방문한 기록도 없다고 덧붙였다.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아크람 부자가 필리핀 체류 기간 중 다바오시를 몰래 빠져나와 32㎞ 떨어진 농업도시 파나보에서 무슬림 종교 지도자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경찰은 해당 만남의 사실 여부와 성격을 확인 중이며, 종교적 교류였는지 범행과 연관된 접촉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다바오시는 아크람 부자 사진을 시내 이슬람사원 70곳에 배포하고, 두 사람과 접촉한 사람은 누구든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필리핀이 ‘극단주의와 테러 온상’으로 묘사되면서 현지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20일 군 창설 90주년 기념 연설에서 “필리핀은 테러 조직을 해체하고 지역사회 안전과 평화를 지켜왔다”며 “여러 추측성 보도가 국가의 명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 유대인들에 본국 귀국 촉구
한편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와 증오 범죄가 이어지자, 이스라엘 정부도 공개적으로 주의를 촉구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21일 유대교 명절 하누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우리는 어디서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지만,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벨기에의 유대인들에게 호소한다. 이스라엘 땅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50년에 제정된 ‘귀환법’에 따라 모든 유대인의 본국 이민을 장려하고 있으며, 심사를 통과한 유대인에게는 시민권도 부여하고 있다. 태생적인 유대인과 개종 유대인, 유대인의 배우자, 유대인 부모나 조부모를 둔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정착해 시민권을 취득할 권리를 갖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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