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딱 걸린 北 위장취업… 0.11초 데이터 지연에 잡혔다

박선민 기자 2025. 12.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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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로고./AP 연합뉴스

미국의 빅테크 아마존이 자사에 위장 취업한 북한 노동자를 적발했다. 훨씬 적게 걸려야 하는 키보드 입력 데이터 전달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요됐다는 점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2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자사에 위장 취업한 북한 노동자를 밝혀냈다.

아마존이 수상함을 감지하게 된 계기는 미세한 데이터 지연 시간이었다. 통상 미국 내에서 작업하는 경우 키보드 입력 데이터가 워싱턴주 시애틀 본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수십㎳(밀리초)에 불과해야 하지만, 특정 직원의 경우 이 시간이 0.11초(110㎳) 이상 소요됐던 것이다. 이는 이 직원이 미국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아마존은 내부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해당 직원이 시스템에 접속하는 데 사용한 기기가 원격으로 제어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위치를 추적한 결과 발신지는 중국이었다. 결국 아마존 시스템에 침투하려던 북한 노동자는 중요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채 며칠 만에 차단됐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은 아마존 외주 업체를 통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외주 업체를 통해 채용된 직원들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아마존에 따르면, 자사가 북한 노동자를 직접 채용한 적은 없지만 위장 취업 시도 사례는 지속해서 발생했다. 스티븐 슈밋 아마존 최고보안책임자(CSO)는 “2024년 4월 이후 아마존 보안 인력은 북한 인력이 취업을 시도한 사례를 1800건 이상 찾아내 차단했다”며 “올해에는 1분기 만에 이들의 취업 시도가 27% 늘어난 사실도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북한 노동자의 위장 취업 여부를 의식적으로 살피고 있지 않았다면, 그들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수상함을 감지한 뒤 그 인물이 외주 업체에 제출했던 지원서와 이력서를 확보하자 상황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채용 후보자의 배경을 더 철저히 검증하고, 키보드 입력 데이터 전송의 아주 작은 지연 같은 미세한 경고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는 품질 좋은 보안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회원국이 자국에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미국 등 해외 기업 위장 취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위장 취업 이후에는 미국 내 컴퓨터를 원격 제어하는 방식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크리스티나 마리 채프먼(48)은 미국 거주자 약 70명의 명의를 도용해 북한 IT 인력들이 미국 기업 300여 곳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운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연방법원에서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채프먼은 적발 당시 자택에 원격 취업에 활용된 노트북 90대 이상이 설치된 이른바 ‘노트북 농장’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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