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페인트, 오너 별세에 주가 50%↑…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글쎄’

허인회 기자 2025. 12. 22. 14: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후계자’ 김현정 부사장 지분 3% vs 윤희중 전 회장 일가 20%
김 부사장 일가, 자사주 우호 세력에 매각해 지분 확보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지난 10월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국제도로교통박람회'에 참석한 삼화페인트의 홍보 부스 모습 ⓒ삼화페인트 홈페이지 캡처

삼화페인트 주가가 불과 5거래일 동안 50% 넘게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가 급등의 원인은 최대주주인 김장연 회장이 최근 별세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승계가 유력한 장녀 김현정 부사장의 지분이 3%대에 그친다는 점, 2대 주주이자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공동창업자 고(故) 윤희중 전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20%에 달한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화페인트가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해 아군을 확보해 둔 만큼, 실제 분쟁으로 번지기엔 방어벽이 두텁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삼화페인트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640원(7.42%) 오른 92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지난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54%에 달한다. 특히 지난 18일엔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튿날인 19일엔 52주 신고가인 1만300원을 찍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5000~6000원대 박스권에 머물던 삼화페인트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김장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이다. 삼화페인트 창업주인 고 김복규 회장의 차남인 김 회장은 지난 16일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사인은 급성패혈증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은 경영권 승계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쏠려 있다. 김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장녀 김현정 부사장이 유력하다. 그의 경영 수업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후인 2018년 삼화페인트 관계사인 이노에프앤씨 관리본부장으로 회사에 몸담기 시작했다. 이듬해 삼화페인트로 자리를 옮긴 뒤 전략지원실을 거쳐 2022년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해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남동생 김정식 씨가 그 어떤 계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김 부사장의 승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승계 관련 지분 작업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9년 장내매수를 통해 삼화페인트 지분 0.04%를 확보한 이후 김 부사장의 지분율 변동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5월 부친인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 3%를 증여 받으며 현재 3.04%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9월 말 기준 삼화페인트 최대주주는 김 회장으로 22.76%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27.39% 수준이다. 업계에선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 지분 매도 등으로 김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20%대 지분율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이 지난 16일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삼화페인트 제공

분쟁 불씨 살아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변수는 2014년 경영권을 두고 충돌했던 공동창업주인 윤희중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이 20%에 달한다는 점이다. 삼화페인트는 창업주인 고 김복규 회장과 고 윤희중 회장 이후 2세인 김장연·윤석영 대표까지 2대에 걸쳐 동업자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윤석영 대표가 2008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2013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고, 김 회장 일가가 이기면서 경영권을 장악했다.

윤 전 회장 일가는 경영에선 손을 뗐지만 여전히 지분은 보유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의 아들인 윤석재씨와 윤석천씨는 각각 지분 6.90%와 5.52%를 갖고 있다. 이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윤 전 회장 일가의 합산 지분율은 20.10%다.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설 경우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재차 살아날 가능성은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윤 전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삼화페인트가 자사주 8.78%를 전량 처분했기 때문이다. 삼화페인트는 이달 초 자사주 3.71%는 교환사채(EB)로 발행하고, 나머지 5.07%는 일본 츄고쿠마린페인트에 매각했다. 삼화페인트와 츄고쿠마린페인트는 1988년 합작법인 츄코쿠삼화페인트를 설립한 뒤 30년 넘게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어온 곳이다. 사실상 김 회장 일가의 우호 세력으로, 삼화페인트 자사주 인수를 통해 츄고쿠마린페인트의 지분은 기존 4.12%에서 9.19%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김 회장 일가가 확보한 실질 지분 행사력은 30%대 후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당시 삼화페인트의 자사주 처분 결정에 대해 국회의 입법 움직임을 대비한 결정이라고 봤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강제 소각을 피하기 위한 전량 처분 결정이 결과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전장치가 됐다"며 "상속세 납부 이후 지분율 변동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윤 전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위협하기엔 다소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