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를 묻다

[스포티비뉴스=방이동, 정형근 기자]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둘러싼 논의가 ‘인구 감소’라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육성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아지고 있다.
학계·지도자·학부모는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물음을 던졌다.
“지금의 엘리트 시스템은 과연 선수를 성장시키고 있는가.”
이 같은 문제의식의 출발점에는 2019년 스포츠혁신안 이후 현장에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2019년 6월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출석 인정 일수 축소 및 학기 중 주중대회 금지(교육부) ▲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 대회 전환(문화체육관광부) ▲소년체전 운영 방식 개편(문체부·교육부) 등을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안이 현장에 적용된 이후, 학생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학기 중 대회 운영 제한과 출결 기준 강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수업·훈련·대회 참가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선수 활동을 지속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중대회 금지, 최저학력제 강화, 출전 제한이 누적되며 일부 종목에서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으로까지 이어졌고, 소송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 선수들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한국체육학회가 20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주최한 2025 국제스포츠과학 심포지엄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 방향’에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 혁신안 이후…현장에 쌓인 불만들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강호석 회장은 자신의 문제의식이 2019년 스포츠혁신안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안이 지도자 일탈을 계기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정책의 방향이 ‘관리와 통제’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코치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제도는 분명히 늘었다. 그런데 코치를 발전시키는 구조는 보이지 않았다.”
강 감독은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코치 컨퍼런스 경험을 언급하며, 선진국 스포츠 시스템의 공통점을 “코치와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로 정리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스포츠 선진국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더 개입해 강국으로 가야 한다는 논의를 한다. 우리는 반대로 규제를 늘리며 스스로를 묶고 있다.”
그는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이 ‘아이들을 위한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체감됐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강 감독은 주중대회 금지, 최저학력제 강화, 출전 제한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학생선수의 경기 기회가 사법 판단에 맡겨졌다고 지적했다.
“가처분 신청, 즉 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은 대회에 나가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배제됐다.”
그는 이를 “정책이 보호가 아닌 새로운 불평등을 만든 사례”라고 평가했다. 규제를 지키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정작 육성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엘리트 스포츠 위기를 메달 경쟁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금메달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설명할 수는 없다.”
참가 선수 수 감소와 구기 종목 경쟁력 약화는 이미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라는 진단이다. 강 감독은 감독 1인이 성과·생활·학습·책임을 떠안는 기존 학교 운동부 구조에서 벗어나, 멘탈·체력·의무·학습이 결합된 협업형 선수 지원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습권과 선수 보호, 어디서부터 어긋났나
서정화 변호사는 학생선수 학습권 논의를 ‘권리 대 운동’의 대립 구도가 아닌, 지속 가능한 육성 구조의 조건으로 풀어냈다. 올림픽 출전 후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간극을 짚었다.
“미국에서는 올림픽에 나간 학생에게 ‘열정적이다’는 존중의 시선을 보낸다. 한국에서는 ‘체육특기자라 공부를 소홀히 했을 것’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미국 대학 스포츠 사례를 들어 “학업 기준은 분명하지만, 그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지원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학습권은 운동을 제한하는 족쇄가 아니다. 선수의 불안과 조기 탈락을 줄이는 안전망이다.”
체육특기자제도에 대해서도 “운동만 잘해 대학에 가는 구조가 아니라, 운동과 학업을 병행한 학생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혁 운동선수 학부모연대 경기지사 대표는 엘리트 스포츠 갈등의 출발점으로 ‘학생 vs 선수’ 이분법을 지목했다.
“미성년자 선수는 초·중등교육법상 ‘학생’이자, 국민체육진흥법상 ‘선수’이다. 이 서로 다른 지위를 같은 잣대로 우선순위화하려는 순간 갈등이 시작된다.”
학생은 ‘의무’, 선수는 ‘선택’이라는 법적 성격의 차이를 무시한 동일 기준 적용으로 현장에는 이중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모든 의무를 먼저 요구하면서, 동시에 선수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최 대표는 미성년 선수에 대한 과잉보호와 특별 관리 정책이 교사와 학교장에게 과도한 행정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학교는 위축된다. 감사 부담 속에서 가장 쉬운 선택은 운동부 해체이다.”
그는 이 같은 구조가 사회적 안전망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치열한 토론…“엘리트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은 의견 교환을 넘어 전제 자체가 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엘리트 스포츠를 바라보는 출발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서강대 정용철 교수는 “피해 서사 중심의 접근이 오히려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편견을 없애자는 논의라면, 지금 방식은 오히려 편견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이에 강호석 회장은 즉각 반박했다.
“우리는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불편하다면, 현장의 언어는 설 자리를 잃는다.”
논쟁은 영재 교육과 조기 전문화 문제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스포츠는 신체 발달 단계와 직결돼 있고, 조기 과부하는 선수 생명을 단축시킨다”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유도 국가대표 출신 김재범 위원장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포기하게 만드는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체육특기자제도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강 감독은 이를 “선수와 지도자를 동시에 묶는 장치”라고 규정했고, 정 교수는 “문제는 폐지냐 유지냐가 아니라,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서정화 변호사는 “학습권을 말하면 곧바로 ‘운동을 막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학습권은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안전망”이라고 전했다.
최준혁 대표는 토론의 본질을 압축했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지도자를 동시에 옥죄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하더라도 책임 있는 자율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날 논의는 하나의 해법으로 수렴되지는 않았다. 통제의 필요성과 자율의 회복을 둘러싼 시각 차이는 끝내 겹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해진 점은 있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는 더 이상 성적이나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와 규제는 확대됐지만, 성장을 설계하는 구조는 부재한 상태다.
학습권·안전·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도들은 현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 정책은 늘어났지만, 어떤 선수를 어떤 경로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이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였다.
“지금의 시스템은 실패를 관리하는 장치인가, 아니면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실제로 열어주는 구조인가.”
통제는 실패를 관리할 수는 있어도, 성장을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설계 없는 보호는 책임의 공백을 낳고, 그 부담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고 성장을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는 여전히 설계되지 않은 채 남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에이프릴 윤채경♥이용대, 열애 중…이혼 7년 만에 찾은 새 사랑 - SPOTV NEWS
- [단독]이동건, '이혼' 후 16살 연하 강해림과 열애 심경 "행복하다" - SPOTV NEWS
- '터질 듯한 볼륨감' 이주은 치어리더, 섹시한 꿀벅지+앉아 있어도 우월한 S라인 - SPOTV NEWS
- '눈 둘 곳 없네' 트와이스 사나…훤히 비치는 파격 시스루 - SPOTV NEWS
- 카리나, 딱 붙는 원피스로 뽐낸 치명적 S라인…'미모+몸매 다 가졌네' - SPOTV NEWS
- '골반 여신 맞네' 전종서, 굴곡진 몸매에 매끈한 각선미…'섹시미 폭발' - SPOTV NEWS
- 조세호, '조폭 연루설' 아니라면서 방송 떠난 이유 "실추된 이미지 회복 후 돌아올 것"[공식] - SPOT
- 조진웅, 다 찍은 '시그널2' 어쩌나…강도·강간 소년범 의혹 날벼락[이슈S] - SPOTV NEWS
- BTS 정국·에스파 윈터, 커플 타투에 커플템? 핑크빛 열애설에 '묵묵부답' - SPOTV NEWS
- 변요한♥티파니 영, 이미 결혼 징조 있었다? 심플 커플링 포착[이슈S]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