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일단 멈췄지만 ‘쌓인 비용’… ‘동결’이라는 이름의 이연 청구서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2. 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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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이 또 멈췄습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현 수준에서 유지됩니다.

단기간 내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기요금 동결 이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수순을 밟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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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요금 11분기째 ‘스톱’, 한전 부채 205조
정치와 요금 사이의 정지 버튼, 과연 언제까지


전기요금이 또 멈췄습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현 수준에서 유지됩니다. 가정용 기준으로는 11분기 연속 동결입니다.

표면상으로는 ‘안정’이라는 표현이 붙지만, 구조를 들여다보면 비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렸습니다.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 정치 일정,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가 한 지점에서 겹쳐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요금 인하도, 정상화도 아닌 사실상 ‘정지 상태의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 연료비 내려갔는데, 요금은 그대로

22일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변동을 반영해 산정됩니다. 한전이 내부적으로 계산한 내년 1분기 적정 조정단가는 ㎾h당 -13.3원이었습니다.

최종연료비 조정 단가. (한전 제공)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전기공급약관상 분기별 조정 폭은 ±5원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산정 결과가 더 내려가더라도 실제 적용은 -5원까지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마저도 적용하지 않고, 기존과 같은 +5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연료비는 내려갔는데 요금은 그대로입니다.

이 차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한전의 장부에 그대로 쌓이고 있습니다.

■ 205조 원 부채, ‘요금 동결’의 진짜 비용

한전의 총부채는 올해 3분기 기준 205조 원에 달합니다.

2022년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그만큼 오르지 못했고 그 결과 누적 손실이 구조화됐습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2년 넘게 상한선인 +5원에 묶여 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번 동결 결정은 한전의 재무 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요금을 내리지 않았다고 해서 재무가 곧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용은 이미 발생했고, 회수만 미뤄졌습니다.
‘동결’은 부담을 없앤 선택이 아니라, 청구 시점을 뒤로 미룬 결정입니다.


■ 올리려면 다른 요금을 건드려야… 그러나 답은 아직

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요금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동결한 상태에서도 다른 항목을 조정하면 전체 요금 인상은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와 한전 사이에서 확정된 조정안은 없습니다.

요금은 현 수준에서 멈췄지만, 정책 방향은 유보된 상태입니다.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은 반복해서 언급되지만, 실행 일정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 선거, 물가, 그리고 요금의 정치학

전기요금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데에는 정치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일정, 물가 안정 기조, 체감 부담에 대한 우려가 겹쳐 있습니다. 단기간 내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방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이유로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송·배전망 투자, 석탄발전 감축을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 ‘요금 인상’ 대신 ‘요금 구조’를 흔든다

정부는 당장 요금을 올리는 대신, 요금 체계 개편을 먼저 꺼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의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개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낮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고, 밤 시간대에는 인상하는 방식이 핵심입니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역시 검토 대상에 올랐습니다.

전기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비용을 달리 매기겠다는 접근입니다. 인상 논란을 비켜가면서 소비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다만 이 역시 가정용 요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 멈춘 건 요금이 아니라 결정

정부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근거로 인상 시기를 조율 중입니다.
내년에는 전력량요금 등 다른 항목을 조정해 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와 전력망 확충을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에너지 업계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물가 안정 기조를 고려할 때, 상반기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기요금 동결 이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수순을 밟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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