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별' 검사장서 이젠 '금융전문 변호사'로

좌동철 기자 2025. 12. 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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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제주인 인터뷰] ⑭ 양석조 변호사
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굵직한 비리 사건 해결
상관에게 “당신이 검사냐” 항의했다 좌천 인사
‘정의의 길’ 도달하려면 공정한 검찰권 행사해야
양석조 서울남부지검 지검장이 2023년 5월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검사는 약 2000명이다. 고등검찰청과 지방검찰청의 수장인 검사장은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2023년 기준 검사장은 55명으로 전체의 2% 안팎에 불과하다.

'검찰의 별'이라 불리는 검사장은 아무나 오르지 못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검사들이 오르는 자리다. 검찰 내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소수의 검사에게만 주어진다.

77년의 검찰 역사에서 제주 출신 검사장은 양홍기 초대 제주지검 검사장과 김원치·강경필·양석조 검사장 등 4명뿐이다.

▲부친 따라 7번 전학 간 학창시절

지난 7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에서 퇴임한 양석조 변호사(52)의 본적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다.

그는 1973년 제주시 이도2동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제주 관광업계 산증인이자 원로인 양창헌씨(80)다.

대한항공 임직원으로 18년을 해외 지점에서 근무했고, 아시아나항공 창설 멤버인 아버지를 따라 그는 초·중학교 시절 모두 7번이나 전학을 갔다.

그는 신제주초·서울 금양초에 이어 일본 나고야 메이토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나고야 가미오카중학교와 제주중앙중에 이어 서울 양정중학교를 졸업했다. 양정고 입학 하루 만에 오현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부친은 장남만큼은 고향인 제주에서 학교를 나와야 한다며 그를 오현고로 보냈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특례 입학 자격이 주어지지만, 이 같은 특혜를 포기했다.

그는 오현고를 수석 졸업한 후 한양대 법학과(93번)에 입학했다. 졸업할 때인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 29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공익법무관 복무를 마치고 2003년 서울동부지검 검사로 입직했다.

▲수사 제동 걸자 사표 던지기도

각종 사건을 꼼꼼하고 끈질기게 수사하는 그를 지켜본 선배의 권유로 그는 검찰 내 '특별수사부'에 합류하게 됐다. 2005년 자치단체장 뇌물사건과 산업단지 비리사건을 해결하면서 두각을 보였다.

그는 2010년 검찰 내 최고 수사팀으로 불렸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전직 총리 금품수수, 대통령 핵심 측근 알선수재, 재벌 기업 오너의 횡령 의혹을 파헤치며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과거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팀에서 수사를 하던 중 검찰 수뇌부에서 제동을 걸자, 이에 항의해 사표를 던졌다. 선배 검사가 집으로 찾아와 설득한 끝에 사표를 거둬들였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꾸려졌다.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에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수사하면서 강골 검사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 특수3부 부장검사에 이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20년 1월 전직 법무부장관의 기소 여부를 놓고 무혐의를 주장하는 상관에게 "당신이 검사냐"며 항의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검사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원칙과 상식이 무엇일까 거듭 자문하던 시기였다"며 "검찰의 시스템과 신뢰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명 사태로 대검찰청 선임연구관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2년 반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게 됐다고 회고했다.
양석조 서울동부지검 지검장이 지난해 9월 23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금융분야 전문' 변호사로 새 출발

양 변호사는 검사 시절인 2006년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1년간 유학을 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주관한 일본어능력시험 1급에 합격할 정도로 일본어에 능통하다.

그는 일본의 검찰 수사와 판례를 보면 각각의 사건 분야에 대해 꼼꼼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한 사례가 많아서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고 했다.

2012년 금융위원회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근무를 갔다. 불공정 거래와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1년 반 동안 다루면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금융과 회계지식을 쌓기 위해 학원과 인터넷 강의 수강을 병행하면서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또한 조희팔 사기사건 등 디지털·사이버 범죄 수사를 지원하면서 첨단·과학수사 분야에서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 자격을 취득했고, 디지털포렌식의 전문가가 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22년 5월 금융·증권범죄 전담 검찰청이자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루나(LUNA) 대폭락, SG발 주가조작 사건 등 가상화폐 범죄와 자본시장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건과 관련, 범죄자가 외국에서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으로 범죄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가상화폐와 리딩방 등 플랫폼을 통한 국경없는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 형사 사법권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향후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9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 임명돼 전국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을 맡았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의에 도달하는 길에 반드시 거쳐야하는 관문은 바로 공정성으로,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검찰의 최우선 임무는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으로 범죄 피해자들이 눈물 흘리지 않도록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고 했다.

검사복을 벗고 지난 9월 서초동에서 '금융분야 전문' 변호사로 새 출발을 한 그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의뢰인의 권리 보호에 책임감을 갖고 변론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시절 공정성과 책임감, 가족의 소중함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던 그는 프로페셔널리즘(전문 직업성)과 장인정신을 갖춘 법률 전문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법조인을 꿈꾸는 제주지역 인재들에게 그는 "검사는 독립된 기관으로서 법과 양심에 따라 본인의 소질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며 "법조인은 공정성을 토대로 정의를 추구하는 직역이므로 개인적 성취는 물론 사회적 공헌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을 맺었다.
2016년 5월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 당시 사이버범죄 방지 업무 협력을 위해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연방수사국(FBI) 본부를 방문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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