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힌 홍어, 뜻밖에 나이들면서 좋아하는 사람 있다”...왜?

맛을 느낀다는 것은 혀끝의 화학 반응일까, 아니면 뇌가 재구성해낸 데이터의 산물일까?
일본 도호쿠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각의 결정권은 혀가 아닌 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맛에 대한 호불호와 섬세한 구별 능력은 선천적인 유전자보다는 후천적인 경험 즉 '반복된 훈련과 기억의 축적'을 통해 뇌 신경망이 어떻게 재구성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원리에 따라 새로운 학습, 훈련, 경험을 하면 성인 뇌의 신경회로도 변하고 재구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뇌가 꾸준한 경험을 통해 특정 맛을 '맛있다'고 인식하도록 스스로 회로를 바꾼다는 사실을 이번에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인이 되면서 미각의 폭이 넓어지는 현상을 뇌 속 '반복된 훈련과 기억의 축적' 과정으로 정의했다. 뇌에 맛의 경험이 쌓일수록 해석 능력도 향상된다. 이는 미식가의 자질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삶을 통해 완성해가는 후천적 능력임을 시사한다. 노화로 혀가 무뎌진 대가들이 훌륭한 미식가로 여전히 남을 수 있는 이유도, 줄어든 감각 정보를 뇌 속에 쌓인 방대한 기억 데이터로 보완하기 때문이다.
어릴 땐 싫어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게 되는 음식들을 보면, 이번 연구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 음식으로는 삭힌 홍어, 에스프레소, 고르곤졸라 치즈 등을 꼽을 수 있다. 갓난아기는 독(쓴맛)과 부패(신맛)를 피하려는 본능 때문에 이런 것들을 거부한다. 하지만 음식을 섭취한 뒤 각성 효과나 포만감 같은 보상이 따를 경우 뇌는 해당 맛을 긍정적 신호로 재분류해 기억한다. 미식가는 '반복된 훈련과 기억의 축적'을 통해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뇌에 각인한 사람이다.
이 연구 결과(Effect of taste recall training using 5 sweet substances on sweet taste sensitivitie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화학적 감각(Chemical Senses)》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엑스프레스'가 소개했다.
혀는 맛의 입구로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카메라 렌즈가 깨지면 사진을 찍을 수 없듯, 미각 수용체라는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기면 신호를 보낼 수 없다. 하지만 좋은 렌즈가 예술 사진을 보장하지 않듯, 핵심은 입력된 신호를 해석하고 감동을 느끼는 '소프트웨어'다. 혀는 재료를 전달할 뿐,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뇌다.
역사 속 미식가들도 이를 간파했다. 19세기 미식가 브리아 사바랭은 "오직 지성인만이 먹는 법을 안다"며 미식을 지적 유희로 정의했다. 그는 타고난 감각보다 맛을 분석하려는 태도를 강조했으며, 미각 교육이 예술 교육만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현대 뇌과학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사바랭의 통찰을 증명했다. 일반인은 맛을 볼 때 단순히 편도체(감정)가 반응을 보이지만, 미식가의 경우 전두엽(인지)과 해마(기억)가 활성화된다. 이는 감각 정보를 과거의 데이터와 대조하는 고도의 지적 활동이다. 바둑 기사가 기보를 외우듯, 미식가는 맛의 조합을 뇌에 저장해두고 꺼내 쓴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 효과'는 맛과 향이 기억과 직결됨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미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는 행위를 넘어, 맛을 매개로 삶을 복원하는 능력이다. 맛은 사라지지만 뇌가 수행한 '반복된 훈련과 기억의 축적'은 정서적 자산으로 남는다.
이 훈련은 나이와 무관하다. 나이 들어 혀가 둔해져도 삶의 궤적에서 쌓은 기억이 오히려 맛을 더 깊게 해석하게 돕는다. 쓴 나물에서 봄을, 투박한 청국장 뚝배기에서 위로를 읽어내는 능력은 젊은 날의 예민한 혀로는 알 수 없는 경지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는 대신,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면 뇌가 맛을 받아들이는 원리도 같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혀를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느끼는 맛의 세계가 좁다면 혀가 둔해서가 아니라 뇌가 아직 '반복된 훈련과 기억의 축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식은 선택받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늘 식탁에서부터 음식의 여운에 집중해보자. 혀의 신호를 뇌가 받아 적는 순간 평범한 식사는 위대한 미식의 여정이 된다. 미식가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존재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들이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를 유독 싫어하는 것도 뇌와 관련이 있나요? 억지로 먹여야 할까요?
A1. 네,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뇌는 진화론적 본능에 충실하여 쓴맛을 '독'으로 인식해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아직 뇌 속에 '이 채소는 안전하고 몸에 좋다'는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억지로 먹이는 것은 오히려 뇌에 '부정적인 기억'을 심어주어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반복된 훈련' 원리에 따라,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리법을 바꿔 조금씩 맛을 보여주거나 부모가 즐겁게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뇌가 서서히 경계심을 풀고 그 맛을 '안전한 음식'으로 학습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Q2. 나이가 드니 예전만큼 맛이 잘 안 느껴지고 입맛도 둔해집니다. 미식의 즐거움도 끝난 걸까요?
A2.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노화로 인해 혀의 미각 세포(하드웨어) 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기억의 축적'을 떠올려 보십시오. 어르신들의 뇌 속에는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수십 년간의 방대한 '맛의 데이터베이스'가 저장돼 있습니다. 비록 혀가 보내는 신호는 약해졌더라도, 뇌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부족한 감각을 메우고 맛을 훨씬 풍성하게 해석해 냅니다. 이를 '인지적 미각'이라고 합니다. 맛을 혀로만 느끼려 하지 말고, 냄새를 깊이 맡고 추억을 떠올리며 음미해 보세요. 그것이 진정한 미식의 경지입니다.
Q3. 성인인데도 가리는 음식이 많습니다. 편식하는 사람도 훈련하면 미식가가 될 수 있을까요?
A3. 물론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주는 가장 큰 희망이 바로 '뇌의 가소성'입니다. 성인의 뇌도 훈련하면 변합니다. 싫어하는 식재료를 좋아하는 음식과 섞어서 먹거나,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조금씩 시도해 보세요. 뇌가 '이 음식을 먹었더니 기분이 좋네?'라고 느끼는 '보상 경험'이 반복되면, 뇌의 회로가 재구성돼 싫어하던 맛을 즐거운 맛으로 재분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후천적 길들임'입니다. 타고난 입맛 탓을 하기보다 오늘부터 조금씩 뇌를 훈련해 보세요. 식탁이 훨씬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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