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성장·국가이익 일치하는 고려아연 美제련소 투자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최근 나오는 소식을 들어 보면 이번 건은 단지 민간의 국제거래 차원을 넘어 미국 정부의 깊숙한 관여, 특히 월가출신의 관료에 의한 거래구조 설계가 특징으로 와닿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국가안보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고려아연이 그 선두에 서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생존과 성장을 위해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기업가정신의 전형으로 다가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한국은 이번 건으로 중국을 버리는 것도 아니고 버릴 수도 없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외교적 모호성은 미국과 중국이 적어도 겉으로는 친해지려고 노력할 때나 가능한 전략이다. 그러나 두 대국이 적대감을 표출하기 시작할 때는 외교적 모호성 혹은 등거리 외교는 우리나라를 낙동강 오리알로 만드는 첩경이다.
이때는 둘 중 하나를 확실한 기준축로 삼고, 이 축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를 경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 나라로부터 보복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결국 두 대국 간의 지속되는 적대감, 이로인해 형성되는 국제무역에서의 뉴노멀, 그리고 우리나라를 통한 양측의 합법적인 유무형 자산 습득에 대한 기대 등으로 인해 모두가 공생하는 새로운 균형이 형성될 것이다. 호주와 일본은 이미 이 균형을 누리고 있다.
한편, 국내로 눈을 돌리면, 고려아연이 지금 경영권분쟁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은, 미국 자본의 고려아연 진입을 경영권 방어수단이라고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투자구조를 보면 단순한 방어수단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게 하는 명확한 경영판단이 존재한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총투자액 약 11조원 중 90% 이상을 미국 측이 부담한다. 고려아연은 총투자비의 10% 미만으로 거대 사업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약 3조원이 자본으로 조달되어 과도한 부채비율 부담이 없으며, 게다가 미국 정책금융 대출은 15년 장기 조건이어서 제련소가 안정적으로 가동되어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제련소가 본격 가동되면 연평균 약 1.3조원의 EBITDA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기업가라면 누가 봐도 매력적인 거래이며, 오히려 이런 거래를 성사시키지 않는 이사는 배임의 의심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명확한 경영 판단하에서 거래성사를 위해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아무리 경영권분쟁 중이라도, 타당한 조치라고 봐야 한다. 방법론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기술 제공과 제련소 운영을 담보하기 위해 지분 확보가 필요하고, 주주배정은 미국 측이 기존 주주가 아니므로 불가능하고, 공모로는 미국 측이 원하는 지분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려아연은 50년 넘게 축적한 기술력으로 기초금속뿐 아니라 다품종의 전략광물을 회수하는 독보적 역량을 갖췄다.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울산 온산제련소는 품위가 낮고 불순물이 많은 복합원료를 처리하는 고난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부산물 회수 기술을 통해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재를 청정슬래그로 전환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제련 방식까지 구현했다.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평가한 미국 상무부 장관은 비즈니스를 아는 사람인 듯하다.
경제안보가 국가 전략의 핵심이 된 시대에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국가 이익이 일치하는 모범 사례다. 근시안적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이 프로젝트를 평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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