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의 의문, 나도 궁금했다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12. 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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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비스 제미나이에게 위 문장을 번역해달라고 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 이후 다른, 사람이 죽어나가는 수많은 일터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계속 반복됐다.

"쿠팡이란 회사하고 싸우는 데 제일 힘든 건, 대화 상대가 없다는 거예요. 벽이라도 있으면 메아리가 돌아오는데, 허공에 소리 지르는 느낌이에요." 한국어는 '장모님' '처제' '아내' 정도만 안다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앉아 있는 외국인 쿠팡 임원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우리는 답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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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 장덕준씨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당시 신었던 운동화. ⓒ시사IN 신선영

“Why would he be a hard worker!? That does not make any sense!!!”

“It does not make sense, they are hourly workers! Paid per hour, not performance!”

AI 서비스 제미나이에게 위 문장을 번역해달라고 했다. “느낌표(!!!)가 많은 것으로 보아 격한 감정이 섞인 대화로 보이네요”라며 ‘격한 감정을 살린 구어체(가장 자연스러운 버전)’로 번역해주겠다고 했다.

“대체 걔가 뭐 하러 뼈 빠지게 일하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당연히 말이 안 되지, 시급제 알바잖아! 성과급도 아니고 시간당 돈 받는 건데!”

이 말을 한 사람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다. 5년 전 쿠팡 한국법인 대표 시절 회사 내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와 나눈 메신저 대화 중 일부가 언론에 공개됐다. ‘he’는 2020년 10월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사망한 고 장덕준씨(27)를 말한다.

김 의장이 품은 의문을 나도 똑같이 가진 적 있다. 2017년이었다. 쿠팡 일자리가 ‘꿀알바’로 불리기에, 진짜 그런가 궁금해서 하루 아르바이트 체험 기사를 쓰려고 물류센터로 출근했다. 그날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질문은 이거였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 김 의장 말대로 성과급제가 아닌 시급제이고, 물량당도 아니고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 노동자 1000여 명이 거대한 물류센터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있었다.

하도 궁금해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수시간째 패킹 업무에 매진하는 옆자리 청년에게 물어봤다.

“혹시 할당량이 있거나, 많이 하면 주는 인센티브 같은 게 있어요?”

“아뇨, 그런 거 없어요. 왜요?”

“하도 잘하고 열심히 하셔서···.”

“하다 보면 그렇게 돼요.”

진짜 그랬다. 한국인의 근면 DNA 때문인지,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최신 인기 가요의 빠른 템포 때문인지, “곧 배송 트럭 출발 마감할 시간입니다. 빠른 속도, 빠른 속도 부탁드립니다” 같은 안내방송 때문인지, 어느새 나도 촬촬 흘러가는 컨베이어벨트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한마디면 내 근면은 지워진다. “열심히 일한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해!(김범석)”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 이후 다른, 사람이 죽어나가는 수많은 일터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계속 반복됐다. 누구에겐 책임 회피의 명분이, 어떤 이에겐 스스로를 탓하는 족쇄가 됐다. 해보면 안다. 하지만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그 이유를 정제된 언어로 설명하긴 힘든, 해도 전혀 가닿지 않는, 이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함?)’의 세계.

1년 전 어느 자리에서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이렇게 말했다. “쿠팡이란 회사하고 싸우는 데 제일 힘든 건, 대화 상대가 없다는 거예요. 벽이라도 있으면 메아리가 돌아오는데, 허공에 소리 지르는 느낌이에요.” 한국어는 ‘장모님’ ‘처제’ ‘아내’ 정도만 안다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앉아 있는 외국인 쿠팡 임원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우리는 답을 얻을 수 없다.

끝나지 않는 질문들을 안고 2025년이 저물어간다.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사진·책을 보면서, 적어도 그 질문들을 끝까지 이어갈 용기라도 얻어가시길 바란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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