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볼모’된 ‘엔비’ 사과농가…“불공정한 내용 변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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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동안 정성을 들인 사과인데, 막상 손에 쥐는 건 기대에 한참 못 미칩니다. 수확은 마쳤지만, 허탈감이 더 큽니다."
충북 보은군 내북면에서 '엔비' 사과를 재배하는 정동수 보은엔비사과농가협의회 회장(62)은 올해도 착잡한 마음으로 수확기를 보냈다.
보은의 '엔비' 사과 재배농가들이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A사에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변경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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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좋아도 후지 특4 값이 상한
특6·특7은 헐값에 매입 “허탈”
협의회 “법적 검토 등 대응 강구”

“한해 동안 정성을 들인 사과인데, 막상 손에 쥐는 건 기대에 한참 못 미칩니다. 수확은 마쳤지만, 허탈감이 더 큽니다.”
충북 보은군 내북면에서 ‘엔비’ 사과를 재배하는 정동수 보은엔비사과농가협의회 회장(62)은 올해도 착잡한 마음으로 수확기를 보냈다. 그는 “‘후지’ 대비 소득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수익이 가장 좋은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전체 5950㎡(1800평) 중 일부 나무를 품종 갱신을 위해 뽑아냈다”고 하소연했다.
보은의 ‘엔비’ 사과 재배농가들이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A사에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변경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엔비’ 사과는 당도와 식감이 뛰어난 데다, 종자 보급 회사가 마케팅과 판매를 책임지는 ‘클럽품종관리시스템’을 통해 유통돼 농가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강원 홍천, 보은, 충남 예산, 경남 거창에서 재배되는데 최근 보은지역 농가들이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농가들은 A사와 2017년 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본격적인 출하에 나섰다.
농가들에 따르면 A사는 매년 수매 가격을 ‘경북 안동농협 공판장 ‘후지’ 사과(11월1일∼12월15일) 특4 등급’의 평균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안동농협 공판장에서는 특2부터 등외까지 14단계로 나눠서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문제는 ‘엔비’의 실제 품위가 더 좋아도 특4 가격에 묶이고, 크기가 작거나 외형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안동공판장의 같은 등급보다 낮은 가격이 매겨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5년 안동농협 공판장 ‘후지’ 18㎏ 기준 특2·특3 등급은 특4 대비 각각 46%·33% 높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엔비’는 아무리 품위가 좋아도 특4 가격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크기가 작은 ‘후지’ 특6·특7이 안동농협 공판장에선 특4의 88%·74% 수준에서 거래된 데 비해, ‘엔비’는 60%·25%에 그쳤다.
유병구씨(59)는 “품위가 아무리 높아도 이익을 높이기 어렵고, 낮으면 소득이 떨어지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여러가지 이유로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지역 농가들도 비슷한 심정인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수매한 사과를 시중에서는 몇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데 대해서도 농가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일례로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흠집 있는 10㎏들이(60과 내외) ‘엔비’를 ‘가정용 흠집 꼬마과’라는 이름을 붙여 6만2900원에 판매 중이다. 1㎏당 6290원인데, 같은 등급 사과의 농가 수매가격은 1463원에 불과하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대금 정산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경매에서 정산까지 이틀이 걸리는 일반 공판장과 달리, ‘엔비’ 수매 대금은 11월말 40%, 12월말 30%, 이듬해 1월말 30% 나눠 지급된다. 수확 직후 농자재 대금 결제나 대출 상환이 몰리는 농가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격 기준도 매년 수확 직전에서야 일방적으로 통보된다.
매년 기준 개선을 요구했지만 A사 측은 한번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이에 수매가격 기준의 현실화, 수매 후 일괄 정산 방식 도입, 등급 판정 기준에 농가 의견 반영, 지역별 독립 협상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하는 농가들은 최악의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더이상 농사를 이어갈 수 없다”며 “협의회를 중심으로 법적 검토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A사 측은 본지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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