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병원' 잡는 특사경 대통령이 띄우자…의료계 강력 반발

박경담 2025. 12.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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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경찰처럼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배치를 주문하면서 잠잠했던 의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건보공단은 숙원인 특사경 배치가 이뤄지면 한 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추가로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건보공단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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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건보공단 특사경 배치 주문
수사 기간 단축 통해 사무장 병원 근절
반대 나선 의협, 의정 갈등 불거질 조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경찰처럼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배치를 주문하면서 잠잠했던 의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건보공단은 숙원인 특사경 배치가 이뤄지면 한 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추가로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건보공단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건보공단 특사경 배치는 이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필요한 만큼 (특사경 인원을) 지정하라"고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대통령은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위해 이상한 돈 빼먹는 사람을 단속해야 한다"며 "논쟁이 있었지만, 금융감독원의 경우도 민간 기관인데 조사 권한을 주었다고 한다"고 건보공단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건보공단 숙원, 특사경 도입 이번엔 될까

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의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보공단은 비의료인이 의사를 내세워 병원을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 수사를 위해 40~50명 규모의 특사경 배치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은 불법으로, 수익을 우선하는 탓에 과잉 진료와 보험 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20대 국회부터 사무장 병원 단속을 강화하고자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배치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 반발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1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특사경 없이 경찰 수사에 의존하는 건보공단의 사무장 병원 단속은 한계가 뚜렷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적발한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 1,788곳으로부터 환수해야 할 진료비는 2조9,184억 원이나 실제 징수한 금액은 8.67%에 그쳤다. 사무장 병원 조사·수사 기간은 평균 11개월 정도로, 이를 틈타 재산을 빼돌리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을 배치해 자체 수사권을 얻으면 이를 3개월로 단축하고 부당 이득도 빠르게 환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매년 추가로 2,000억 원의 건강보험료 누수를 막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의료계 "건보공단, 이미 특사경 준하는 권한 행사"

대한의사협회는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는 등 이번에도 즉각 반발했다. 의료계는 건보공단이 특사경을 운영할 경우, 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가 아닌 우월적 지위에 올라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건보공단이 임의 조사권 등을 통해 이미 특사경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특사경 도입은 권한 남용 우려가 커 국회에서도 신중을 기해온 입법 사안인데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런 권한을 부여받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며 "건보공단에 강제 수사권을 부여하는 건 의료인을 예비 범법자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사경 배치가 의대 증원 문제로 극심하게 대립했던 의정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며 "특사경이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하지 않도록 법령과 절차에 따라 불법 사무장 병원에 초점을 맞춰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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