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으려다 농민 잡았다… 농지 거래 '실종'

박재근 기자 2025. 12. 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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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계기 개정한 농지법
살 사람 없어 헐값 처분·대출까지
신성범 의원, 법 간소화 대표 발의

"정책이 농촌을 황폐화로 만든 격이 됐다. 투기를 잡으려다 되레 농촌을 잡은 꼴이다." 이 때문에 거래가 없는 농촌 경제가 바짝 말랐다.

정부가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개정한 농지법이 농지 거래를 가로막고 있다. 농촌 고령층을 땅 가진 가난한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농촌 소멸 현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법 개정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 신성범 의원(합천 거창·산청·함양)은 농지 매매 절차를 간소화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농지의 취득과 처분을 제한해 농지 거래 금액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고령층 농업인들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농지 매매 규제로 큰 불편을 겪는 농업인들의 보호조치가 시급하다는 취지에서다.

거래가 안 되니 논밭 값은 수직 낙하, 헐값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김해시 진례면 일대 논값은 개발 기대도 보태졌겠지만, 한때 평당 1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은 가격이 최근 들어서는 30∼40만 원에도 거래가 여의치 않다. 개정된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진흥지역 내에선 주말농장 목적의 농지 취득을 금지하고, 그 외 지역에서 주말농장을 하려 해도 직업과 영농 경력 등을 포함한 영농 계획서를 내야 한다.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을 하려면 지역 농지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법 개정 이후 농지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고 최근 들어서는 뚝 끊겼다. 농지를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지자, 농지가 노후 자금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농촌 고령층은 현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해졌다. 농지를 못 팔아 금융권에서 담보를 잡히고 대출받는 경우까지 있다. 임모 씨(54)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논밭 처분에 2년 이상 걸린 것도 그렇지만, 대출금을 내야 하므로 40% 이상이나 헐값에 처분했다"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농민만 골병들게 한 경우다.

도내 단위농협 관계자는 "농지 가격이 내려가면 농민의 보유자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담보 능력이 떨어진다.

이미 받은 대출은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설비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특히나 농민의 노후대책이라고는 평생 일구던 땅 두어대기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농지 가격이 폭락하면 그들에겐 마지막 비빌 언덕이 무너지는 셈이다. 결국, 농민이 가진 유일한 자산인 농지 가격의 급속한 하락은 농민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농업 붕괴를 돕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됐다. 통상 농촌의 고령 농민들은 은퇴를 앞두고 농지를 정리해 생활비와 의료비 등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에 있는 자녀들도 농지를 관리하기 어려워 증여 대신 매각을 선호한다. 하지만 농지법 개정으로 농지를 현금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억지로 농사를 이어가거나, 거래가 안 돼 생활고를 겪는 농민이 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농촌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 청년과 도시민의 유입 없이는 농지를 구매하는 등의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선 농지 취득 자격을 완화하는 추세인데 우리는 강화해 되레 농촌 잡는 정책인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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