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췌장염’ 재발 원인과 치료] 반복되는 췌장염, 알고 보니 다른 위험 신호?

차상호 2025. 12. 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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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음주·고지혈증 등 원인 없는데도 통증 땐
십이지장 유두부암 등 인접 장기 병변 의심해야
CT·MRI 등 영상 검사만으로 초기 발견 어려워
환자 전체 임상 경과 등 고려한 정확한 진단 중요

췌장은 소화 효소를 십이지장으로 분비하고,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존과 직결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정작 장기 자체는 복부 깊숙한 후복막에 있어 병변(질병으로 인한 육체적·생리적 변화)이 생겨도 초기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증상이 애매하거나 영상 검사에서도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용히 진행되는 장기’로 불린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췌장과 인접한 장기에서 발생한 병변이 간접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는 반복적인 증상을 겪지만, 원인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다.

/아이클릭아트/

창원한마음병원 김명환 간담도췌장병원장은 “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급성 췌장염의 원인은 과도한 음주, 담석, 고지혈증(중성지방 증가), 고칼슘혈증, 선천적인 췌관 구조 이상 등이 대표적”이라며 “실제로 대부분 급성 췌장염은 이러한 원인 평가를 통해 설명되고, 원인을 교정하면 재발 없이 경과가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원인이 모두 배제됐음에도 췌장염이 반복되는 경우다. 이때는 췌장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적 문제나 병변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40대 이후 성인에서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췌장염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췌관이나 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입구 부위인 ‘십이지장 유두부’에 위치한 병변이 췌장액 배출을 방해하면서 간접적으로 췌장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반복성 췌장염이 암의 흔한 증상은 아니지만,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김명환 원장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8월 급성 췌장염을 진단받았고,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만 여섯 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응급실 방문도 당일 퇴원을 포함해 열 차례에 달했다. 큰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CT와 혈액 검사, 각종 시술이 반복됐지만 췌장염의 명확한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일상적인 식사나 물을 마시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태에 이르면서 보조 치료(췌관 스텐트 삽입)만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김명환 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의 그동안 시행된 영상 자료와 시술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며 “눈에 띈 것은 췌장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췌관 입구 부위가 미세하게 좁아져 있다는 점이었다. 단독으로 보면 지나치기 쉬운 변화였지만, 반복된 임상 경과와 함께 보자 의미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과정에서 의심은 더욱 분명해졌다. 십이지장 유두부에 위치한 췌관 입구는 일반적인 염증과 달리 단단한 촉감을 보였고, 카테터를 췌관 내로 삽입할 때도 뚜렷한 저항이 느껴졌다. 단순한 염증성 병변의 경우 비교적 부드럽게 기구가 통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병변은 시술자의 촉감에서 염증과 분명한 차이가 느껴졌다”고 했다. 단순 염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해당 부위에 대해 내시경 생검을 시행했고, 그 결과는 암 전 단계 병변인 선종이었다. 김 원장은 과거 영상에서 보였던 미세한 변화,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반복성 췌장염의 경과, 시술 중 느껴진 촉감과 저항을 종합해 선종이 이미 악성 종양으로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후 외과 교수의 집도로 병변을 수술적으로 제거했고, 최종 병리 검사 결과는 십이지장 유두부암 1기였다. 암은 선종에서 진행한 것으로 판명됐다. 종양이 십이지장 유두부에 위치하면서 췌관 입구를 부분적으로 막았고, 그 결과 췌장액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반복적인 급성 췌장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처음부터 췌장 자체에 암이 생긴 것이 아니라 췌장과 연결된 췌액 출구 부위의 십이지장 유두부 병변이 췌관 내로 진전되면서 이차적으로 췌장염을 유발한 사례”라며 “진단이 더 지연됐다면 종양은 진행돼 병기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항암 치료가 불가피했을 뿐 아니라 재발 위험도 크게 높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췌장염이 반복되면 반드시 구조적·악성 병변 가능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김 원장은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만으로는 초기 병변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자의 전체 임상 경과를 읽어내는 경험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췌장염 치료가 반복되는데도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췌장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대 이상에서 원인 미상의 췌장염이 발생하면 십이지장 유두부암이나 췌장암의 존재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결국 치료의 범위를 결정하고, 환자의 예후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창원한마음병원 김명환 간담도췌장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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