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혁명가’ 하디 피살에 방글라데시 정국 혼란 심화···장례식 모인 시민들 “우리가 하디가 되겠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 시위를 이끈 청년 지도자 샤리프 오스만 하디(32)의 피살로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의 장례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에 모인 시민들은 하디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AP·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다카 거리에는 경찰 추산 1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시민들은 방글라데시 국기를 들고 “우리가 하디가 되겠다. 우리는 수십년에 걸쳐 싸우겠다” “하디가 흘린 피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당국은 이날 폭력 사태를 우려해 경찰과 준군사병력을 다카 전역에 배치했다.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최고고문은 국회의사당 밖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사랑하는 하디,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당신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우리의 공동 맹세를 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하디는 방글라데시 ‘국민 시인’ 카지 나즈룰 이슬람의 묘소 옆에 안장되는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다.
하디는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를 실각시킨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이끈 학생 시위 단체 ‘인킬라브 몬초’의 대변인이었다.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었던 그는 지난 12일 다카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하디는 싱가포르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18일 끝내 사망했다. 피격 사건은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 실시일을 내년 2월12일로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두 명의 용의자는 현재 인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소식은 전국적 소요 사태로 번졌다. 그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은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했고, 데일리 스타와 프로톰 알로 등 주요 언론사 사무실을 습격해 방화했다. 하시나 전 총리의 아버지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초대 대통령의 가옥도 시위대의 방화로 소실됐다.

인도와의 외교적 갈등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 하디 피격 사건의 배후에 인도가 있다는 여론이 하디의 측근을 통해 확산하자 치타공에 있는 인도 부고등판무관 사무실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극단주의 세력이 만들어내는 허위 주장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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