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475'로 1550년 전 백제 되살린 김명훈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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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콘텐츠가 향후 더 좋은 창작물이 자라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국립공주박물관이 특별전의 일환으로 공개한 영상 '한성 475'가 그 주인공이다.
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 '한성, 475 - 두 왕의 승부수'를 준비하며 '한성에서 웅진으로의 천도'를 패배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표'로 정의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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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역사에 던진 '쉼표'…개로왕 사투와 '갱위강국' 밑거름 영화적 서사로 복원

"박물관 콘텐츠가 향후 더 좋은 창작물이 자라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한국 사극 제작사들에게 위기감을 준 영상'이 화제다. 국립공주박물관이 특별전의 일환으로 공개한 영상 '한성 475'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사극 제작사들이 긴장해야 한다", "역덕들이 보다가 혼절할 수준의 고증"이라는 극찬이 쏟아지며 조회수는 단숨에 80만 회를 돌파했고, 댓글창은 철저한 역사고증을 반기는 이들로 가득 찼다. 이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는 과거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화력조선' 시리즈를 기획해 박물관 콘텐츠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김명훈 학예연구사가 있다. 지난해 진주를 떠나 백제의 고도(古都) 공주로 자리를 옮긴 그가 이번에는 조선의 화포 대신 백제와 고구려의 치열한 한성 전투를 들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 '한성, 475 - 두 왕의 승부수'를 준비하며 '한성에서 웅진으로의 천도'를 패배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표'로 정의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475년의 한성 함락은 백제 역사에서 뼈아픈 실책으로만 기억돼 왔지만, 그는 그 이면에 숨겨진 개로왕의 고뇌와 장수왕의 치열한 수 싸움을 조명하고자 했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지독할 정도로 철저한 고증이다. 김 연구사는 백제 유물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고구려 벽화와 고고학적 성과를 쥐어짜듯 분석해 그간 미디어에서 반복되던 중국풍 갑주가 아닌 삼국시대 고유의 미감을 살린 무구들을 재현해냈다. 100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기계식 활 '쇠뇌' 조각(노기)과 그 작동 원리를 담은 영상, 고구려의 맥궁과 백제의 비대칭 활 등 무기 체계의 미세한 차이까지 구현한 점은 대중이 박물관이 만든 영상 콘텐츠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서사성을 강화한 것도 프로젝트 성공 비결이다. 두 왕의 21년에 걸친 지략 대결을 프로 바둑 기사의 자문을 얻어 '기보' 형식으로 시각화했으며, 30분 분량의 영화적 서사를 도입해 관람객이 역사의 현장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전시실에는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백제 갑옷과 경기 연천 무등리 보루에서 나온 고구려 갑옷이 나란히 배치돼 두 나라의 실전적 무기 체계를 시각적으로 대비시킨다. 또한 성벽을 오르거나 산지 이동 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쇠못 신 등 생생한 고고학 유물들은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전투의 긴박함을 더하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개로왕을 단순한 폭군이나 패배자가 아닌, 엄혹한 시절 나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인물로 재평가하며, 그의 의지가 결국 웅진 시대의 '갱위강국'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패배했을지언정 그 과정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줌으로써 백제사의 연속성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학술적 기초 위에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더할 때 대중은 반응한다는 그의 신념은, 박물관이 더 이상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콘텐츠의 산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1550년 전 당시 백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집념은 이제 공주를 넘어 대한민국 역사 콘텐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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