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설립, 득일까 실일까…영풍 “위험성 키워” vs 고려아연 “사업확장 기회”

오동욱 기자 2025. 12. 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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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왼쪽)과 고려아연 로고. 영풍, 고려아연 홈페이지 갈무리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추진 중인 미국 내 통합제련소 설립을 둘러싸고 영풍·MBK파트너스와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이 이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에 자사 주식 약 10%를 새로 발행해 제공키로 한 것을 두고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회사 손실 부담을 키웠다고 비판한다.

영풍 측은 21일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최종 합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5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영풍 측은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등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를 들었다. 합의서는 2년 내로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무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이 발행하는 신주의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대해 어떤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에 74억달러(약 11조원)를 들여 ‘비철금속 통합제련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원 마련을 위해 오는 26일까지 미국 측과의 합작법인(크루서블JV)에 주식 10.59%를 넘기고, 여기에 고려아연이 8617억원을 더해 운영법인(크루서블메탈스)에 자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의 최대주주는 미 국방부로 40.10%를 보유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9.99%의 지분을 갖는 구조다.

영풍·MBK “이득은 미국이, 책임은 고려아연이”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양측의 대립은 법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법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영풍 측은 “미 국방부 등 정부는 손실 없이 이익만 취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최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고려아연이 스스로 위험을 키우고, 혜택은 미국에 넘기는 협상 결과라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업계와 금융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려아연은 미 국방부가 운영법인 지분 14.5%를 1센트(약 14원)에 매수하고, 이 법인 가치가 15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면 추가로 지분 20%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또 국방부가 인허가를 대행해주는 대가로 최대 1억달러 수수료도 지급한다. 운영법인은 약 7조원을 미 정부 정책금융 등에서 빌리고, 고려아연은 이를 채무 보증(약 8조3900억원)한다. 차입금 7조원에 대한 이자율은 정부 주도 정책금융의 경우 6% 수준으로, 7조원을 모두 빌리면 이자 비용은 최대 약 4000억원에 달한다.

제련소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제납아연연구그룹’(ILZSG) 등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정제 아연 생산량은 약 1380만t이고 수요량은 약 1371만t으로, 약 9만t이 공급 과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생산량(1413만t)과 수요량(1386만t) 간극이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정상 가동 시 연 49억달러 매출 가능”

이날 영풍 측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2년 이내로 최종 계약 체결을 전제한 것은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자는 ‘선언’이고, 양측 합의하에 체결 논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시장 진출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신주 발행도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1995년 미국 아연제련기업 인수를 시도하는 등 미국에서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해왔으며 “정상 가동 시 연간 매출 49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와 영업이익 9300만달러(약 1300억원), 18.4%의 마진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미국에 제공키로 한 혜택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세제 등 인센티브를 합산하면 14억4200만달러(약 2조1300억원)에 달하며, 금융지원 규모도 제련소 건설 총액(74억달러)의 91%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고려아연은 미국 내 아연 수요가 지난해 82만t에서 2040년 104만t으로 약 22만t 늘어날 전망이지만, 자체 공급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22만t에 불과해 사업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은 영풍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이날 종결했다. 결과는 이르면 22일, 늦어도 24일 나올 예정이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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