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공채 합격 줄어들자 고시반 열어 준비생 지원
합격자수 1위 자리 위협받자
"혼자 공부해선 안돼" 공감대

취업난 여파로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공채)과 공인회계사(CPA) 등 고시·전문자격증시험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간 고시반 운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서울대가 사상 처음 학부생 대상 고시반을 신설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21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2026년부터 5급 공채를 준비 중인 학부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고시반인 '서연재'를 운영한다. 선발된 학부생들에게는 전용 학습 공간과 시험 과목별 특강, 면접 대비 면담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5급 공채를 준비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소규모 고시반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고시반에 대한 학부생들의 수요가 커지자 학부생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교 차원의 고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무척 많았다"며 "고시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의 만족도와 성과 등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학부생을 위한 고시반을 단 한 번도 운영한 적이 없다. 고시반이 대학 교육의 방향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서울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공개 행사에서도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대학은 단순히 학생이 공직자가 되도록 지원해주기보다 학생들이 공직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도와야 한다"며 고시반 운영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고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홀로 공부하는 고시생 상당수가 고시 낭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시의 특성상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폐해지거나 사회성이 부족해지기 쉬워서다. 서울대 소속 한 교직원은 "같은 공부를 하는 학생 또는 교수와 상호작용하면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의 '공직자 요람' 자리를 다른 대학에 뺏길 수 있단 위기감도 고시반 운영 결정에 영향을 줬다. 올해 5급 공채 행정직 최종 합격자 220명 중 서울대 출신은 24.5%(54명)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위 고려대(53명)와의 차이도 1명에 불과하다.
이에 서울대 내부에서도 '더 이상 혼자 공부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았다. 4년간의 시험 준비 끝에 올해 5급 공채에 합격한 서울대생 A씨(26)는 "과거와 달리 고시도 정보 싸움"이라며 "홀로 공부만 하기보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고 다른 준비생들과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아야 합격 확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고시반 운영을 기다려온 학생들은 학교의 입장 선회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고시반 규모가 너무 작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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