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남태령 대첩 1년…‘동지’ 된 사람들 다시 모인 이유

조해영 기자 2025. 12.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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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라는 말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식량 주권, 성평등, 소수자 인권을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현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남태령을 다시 한 번 넘는 길입니다."

한해 중 가장 밤이 긴 동지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효자아파트 공간 '합'에서 마이크를 잡은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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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전봉준투쟁단과 함께 ‘남태령 대첩’ 1주년을 맞아 ‘그날의 남태령’을 돌아보고 ‘오늘의 남태령’을 살펴보는 기념행사를 2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효자아파트 2층 공간 ‘합’에서 열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나중에’라는 말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식량 주권, 성평등, 소수자 인권을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현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남태령을 다시 한 번 넘는 길입니다.”

한해 중 가장 밤이 긴 동지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효자아파트 공간 ‘합’에서 마이크를 잡은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이 말했다. 농민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남태령 고개를 넘은 밤으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의 관계, 연결망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윤석열 구속’을 외치며 일주일간 트랙터로 상경한 농민들이 서울의 남쪽 관문인 남태령에서 가로막혔던 지난해 12월21일, 농민들이 차벽에 갇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른바 ‘응원봉 시민’이 남태령 고개로 집결했고 꼬박 28시간을 경찰과 대치한 끝에 농민과 트랙터는 차벽을 넘어 한남동 관저까지 행진할 수 있었다. 길고 추운 밤을 함께 견딘 이들은 스스로를 ‘동지에 동지가 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며 계엄 한 달 전 농민들이 결성한 전봉준투쟁단 등은 이날 다시 모여 팥죽으로 추위를 녹이며 지난 1년의 기억과 앞으로의 다짐을 공유했다.

지난해 경남 진주에서부터 꼬박 6일간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달려왔던 전농 소속 전주환씨는 “‘날도 추운데 잡아가라’ 하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경상도 말로 ‘뻗대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분들이 함께 해줬다”며 “경찰 차벽에 막혀서 꼼짝을 못한다니까 ‘그러면 안 되잖아요, 제가 함께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 말을 듣고 돌아서서 한참을 울었다”고 회상했다. 경찰과의 대치가 길어지던 때 시민 자유 발언을 제안했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소속 오순이(전남 화순)씨는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가졌던 2030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끊임없이 투쟁해왔고 이제야 우리 눈에 띄었을 뿐이란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며 “새벽 첫차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온 분도 있는 걸 보면서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긴 싸움’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총연맹 전봉준투쟁단 트랙터가 지난해 12월22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집회현장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남태령 ‘응원봉 물결’이 국회와 광화문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집회 현장으로 전파돼 힘을 보탰듯, ‘남태령 대첩’ 이후 농민들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그려진 ‘무지개떡’을 나누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등 연대의 폭을 넓혔다. 신지연 전여농 사무처장은 전농 회원이 동덕여대 투쟁을 헐뜯는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되며 전농이 사과문을 낸 일을 언급하면서 “투쟁 공동체, 연대하는 활동가가 됐다”고 말했다. 오순이씨도 “가부장적인 농촌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남태령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윤 전 대통령 때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된 사실을 언급하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쌓여 있음을 강조했다. 권혁주 전농 사무총장은 “농민들은 여전히 내란농정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게는 답을 주지 않은 것을 매우 우려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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