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영덕전통시장의 재개장을 기다리며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5. 12.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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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옹기종기 평화로운 영덕읍에 오일장이 열렸다. 임시시장 한가운데 자리한 호떡집, 불이 났다. 추운 날씨에 따끈하고 달콤한 호떡의 유혹을 쉽게 떨치기 힘들다. 긴 줄이 늘어선 사이로 올망졸망 모여앉은 중학생들이 참새떼처럼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운다. 모처럼 손주의 재롱잔치를 즐기는 동네 어르신의 얼굴에는 염화미소가 가득하다. 사람 소리, 사람 냄새가 가득한 전통시장이 후끈 달아오른다. 마주 보고 웃고, 남을 보고 웃고, 수군거리며 머리를 맞댄다. 사람 사는 참공간이 열린다.

돌이켜보면 스마트폰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쥔 후에는 마법처럼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닫고 눈알만 굴리는 로봇으로 변한 우리,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여유조차 잃어버렸다. 거리를 오가는 다채로운 사람들도 정다운 이웃사촌도 그냥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SNS의 가십거리나 쇼츠의 영상으로 인식하는 습관이 베었다. 그러는 사이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 곁에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따뜻한 정감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관심과 정이 사라지자 사람이 떠나고 사람이 떠난 자리는 정서적 폐인들만 남았다.

그러나 참으로 감사하게도 화재로 전소되었던 영덕 전통시장이 재건축을 마치고 사람의 향기를 다시 싹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2021년 갑작스러운 불로 터전이 소실된 자리에 아주 멋지고 번듯한 시장건물이 들어섰다. 출입로를 정비하고 안전설비들을 재점검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분주하다.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지어진 2층 건물과 넓은 주차장, 그리고 다양한 점포들이 입점준비에 한창이다. 2층 주출입로를 지나면 어린이들을 위한 전통장보기체험 키즈존이 준비되어 있고 청년몰도 입점준비를 하고 있다. 구매한 농수산물들을 현장에서 직접 시식할 수 있는 식당들도 준비되고 있다. 1층에는 영덕전통시장 특유의 먹거리 상가들이 입점한다. 농산물, 수산물, 건어물, 임산물, 생활용품 등이 구역별로 배치되고 상가 주변에는 노점상들과 생산 농가가 직접 판매하는 가판대도 마련될 것이다. 여유가 되면 다문화 식구들의 코너도 배분하면 좋겠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몽골의 음식들을 영덕 전통시장 장날에 함께 나누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지역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불난 것은 안타깝지만 그 덕분에 현대식 인프라가 만들어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연로하신 상인들과 손님 모두가 편안한 생활 중심형 시장으로 재탄생된 셈이다. 사고파는 사람 모두 즐겁고 편안하면 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

곧 재개장되는 영덕전통시장이 지역이 당면한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라는 시대적 난제를 해결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건물이 지어졌으니 다음 순서는 관리와 이용이다. 영덕군의 관·민이 협심하고 상가 상인회와 번영회가 일치단결하여 명품전통시장으로 만들면 시장이 살고, 영덕이 살고, 나라가 산다. 영덕전통시장은 강구어시장, 영해만세시장과 더불어 영덕군의 3대 시장 중의 하나이다. 행정중심지인 영덕읍에 위치하고 상설시장의 역할을 하면서 오일장이 서기 때문에 영덕전통시장은 예로부터 지역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했다. 그래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 시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금도 지역주민에게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생필품 조달기지이자 찬장, 냉장고의 역할을 한다. 오가는 지역 사람들의 입담도 주워 모아 민심을 만드는 지역 정치의 일번지이기도 하다. 전통시장 재건축설계도면이 여러 차례 바뀐 것도 그 만큼 관심이 많고 말이 많다는 증거다. 모두의 이해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멋진 영덕을 만드는데 마음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결집하면 시장은 대박 난다.

찾는 손님들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우선 도로 표지판을 정비하여 길 안내를 친절하게 해야 하고, 주차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장 주변의 교통질서도 관리해야 한다. 시장 주변도 정성을 들여 가꾸어야 한다. 오십천을 정비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돌보아야 한다. 산책로를 따라 멋진 조형물과 조명등을 설치하여 주간에는 물론 야간에도 멀리서 시선을 끌도록 유혹해야 한다. 주변 마을 길도 명품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가 있는 보도블록을 깔고 벽화거리도 조성하여 영덕읍과 영덕군의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손님을 맞는 주민과 상인의 태도와 마음도 중요하다. 상인은 기본적으로 손과 손톱을 정갈히 하고 복장을 단정히 하여 친절하게 손님을 맞아야 한다. 예쁜 포장지도 준비하고 가격도 솔직하고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 영덕이 가진 '속이지 않고 정직하고 지역주민 시장'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한번 찾은 손님이 자녀와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 활성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파워가 대세인 시대 영덕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 SNS나 온라인 홍보에 영덕을 각인시킬 새로운 영덕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언어적 유희를 활용한 영덕(Young Duck)을 제안한다. 하천과 바다, 산과 들판이 어우러진 영덕의 지세를 젊음, 창의, 도전으로 형상화하여 건강하고 활기찬 웰니스 영덕(Wellness Yeong Deok)의 이미지로 브랜딩하면 좋겠다. 바다, 산, 하천, 오리가 만나는 젊은 도시 영덕에서 미국의 '도널드 덕'을 만나고 중국의 '베이징 카오야'를 즐기자는 달콤한 유혹을 제안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게 어획량이 급감하고 영덕 가자미도 줄어들고 있다. 영덕 전통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오십천 오리를 포스트 대게의 대안으로 준비하면 '덕이 넘치는 영덕(盈德)'은 말 그대로 '영덕(盈德)~영덕(Young Duck)'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