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신년운세

이설희 기자 2025. 12. 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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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새해를 앞두니 다들 신년운세를 본다고 난리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일도 바쁘다 보니 딱히 궁금한 게 없는 나와 달리, 미혼인 친구들은 열심히 새해 연애운을 본다. 궁금하고 기대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부럽다. 지난해 모든 점사에서 결혼을 장담하던 남자와 헤어진 뒤 점을 끊었던 친구조차도, 신년을 맞아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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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세 시장은 꽤 호황이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한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신년 운세가 시작됐고 SNS에는 타로부터 사주, 그리고 별자리까지 용하다는 사람들의 후기와 광고가 넘쳐난다. 사주를 보러 온 미혼 고객 중 희망자의 사주를 받아 사주 매칭을 해준다는 한남동 점집도 있고, 새벽에 오픈런을 해서 오전 4시 반에 번호표를 받아야만 볼 수 있다는 용한 집도 있다. 그리고 나 역시 ChatGPT 속 사주 GPT와 꽤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나름 실질적인 조언도 얻었다.

급변하는 시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달래기 위해 운세를 찾는다고들 하지만 꼭 불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MBTI에서 시작된 '나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주라는 통계학으로 옮겨간 게 아닐까.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그에 맞게 이해하며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표출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주를 통계학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사주에서 말하는 것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일 뿐, 확정된 미래는 아니다. 긍정적인 가능성을 높이거나 부정적인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면 확률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신점을 봐준다는 무당들도 결국은 심리 상담의 영역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심리 상담과 신점을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마음의 울분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게 해준 건 결국 심리 상담이었다. 나에게 질문하고, 근원을 찾고, 스스로 문답하며 성장하는 시간. 마음의 근육이 쌓이고 메타인지가 생기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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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에스테틱의 남자 원장님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점 보러 갈 때 꼭 친구 폰으로 예약해요. 무당들 중에는 SNS 다 살펴보고 예약 받는 분들도 있다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점을 잘 안 봐요. 보든 안 보든, 뭐라고 말하든 결국 점사와 상관없이 열심히 살잖아요. 점 본다고 더 열심히 살고, 안 본다고 게으르게 사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맞는 말이다. 결국 점사를 듣는 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까맣게 잊고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새해가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새로운 해의 운세를 보고 '신년에는 더 잘해봐야지' 다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신년의 점사가 어떻든 우리는 매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다. 나는 내년에도 열심히 살 거다.

CREDIT INFO

글쓴이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 & 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교 겸임교수. 20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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