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클럽 자유롭게 쓸래요…프로 골퍼계에 자유 계약 열풍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5. 12. 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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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등 총상금 규모 커져
후원금보다 성적 중요하게 고려
마음에 드는 클럽 사용 선수 늘어
벤 그리핀·히가 카즈키가 대표적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
자신이 원하는 클럽을 사용해 올해 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벤 그리핀. AFP 연합뉴스
스폰서, 용품사 등과 후원 계약에 대한 논의를 하는 매년 12월은 프로 골퍼들이 가장 깊은 고민에 빠지는 시기다. 그 중에서도 선수들의 머릿 속을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건 클럽 계약이다. 다음 시즌 어떤 클럽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받아들이게 될 성적표가 달라지는 만큼 선수들은 어떤 브랜드와 후원 계약을 체결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올해는 예년과 달라진 한 가지가 있다. 한 브랜드와 계약을 맺지 않고 여러 브랜드를 혼합해서 쓰는 것을 고려하는 선수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승을 차지한 벤 그리핀(미국)과 아시안투어 오더 오브 메리트 1위 히가 카즈키(일본) 등의 활약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계에서 클럽 자유 계약 열풍이 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는 메이저 4개 대회 우승자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클럽을 사용했다. 당시 마스터스에서는 패트릭 리드가 정상에 올랐고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디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US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다시 한 번 선수들 사이에서 클럽 자유 계약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늘어난 상금 덕분이다. 총상금 2000만달러가 걸려 있는 특급 대회에서 톱10에 들면 최소 55만6000달러를 획득할 수 있는 만큼 마음에 드는 클럽을 사용해 더욱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한 용품사 관계자는 “PGA 투어 총 상금 규모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수입 중 용품사의 후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선수들이 클럽 자유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여러 브랜드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됐다. 그러나 선수들이 브랜드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타구감, 타구음, 헤드 모양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클럽이라도 어드레스 때 불편한 느낌이 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만큼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는 “올해까지는 한 브랜드의 클럽을 사용했지만 내년부터는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 공 등을 모두 조합하려고 한다”며 “비시즌 여러 테스트를 통해 내게 가장 잘 맞는 브랜드를 찾게 됐다.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내년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특정 브랜드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선수들이 웬만해서는 포함시키지 않는 두 가지는 퍼터와 공이다. 한 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클럽이 퍼터인 만큼 대부분의 프로 골퍼들은 이것을 제외하고 계약서에 사인한다. 공 역시 마찬가지다. 100야드 이내와 그린 주변에서 날아가는 거리와 스핀량 등이 달라지는 만큼 평소보다 두 배 많은 후원금을 주더라도 공을 바꾸는 것을 주저한다.

아시안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한 선수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퍼트는 모두 바꿀 수 있어도 공은 다른 것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 타구감을 비롯해 샷을 할 때 달라지는 게 많은 만큼 은퇴하기 전까지는 똑같은 모델을 캐디백에 집어넣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도 클럽 자유 계약이 많아지는 데 한몫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여러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스윙코치는 “공의 구질, 스핀량, 캐리 거리 등을 분석해주는 트랙맨 등을 들고 다니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몇 번 공을 쳐보면 어떤 클럽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많은 선수들이 클럽 자유 계약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클럽 자유 계약을 고려하는 선수들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는 어느 때보다 여러 브랜드를 테스트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올해 JGTO 2승을 차지한 히가와 로피아 후지산케이 클래식 정상에 오른 나가노 타이가(일본) 등 자신이 원하는 클럽을 사용해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본 골프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여러 선수들이 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계약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먼저라는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한창 용품 계약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확실히 예년과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한 브랜드와의 계약 체결을 고민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몇몇 브랜들에서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퍼터를 담당하고 있는 한 용품사 담당자는 “한 클럽으로 몇 개 대회 이상 소화 등과 같은 보너스 제도가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선수들을 잡아두기 위한 더 많은 인센티브 제도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자신이 원하는 클럽을 사용해 올해 아시안투어 오더 오브 메리트 1위를 차지한 히가 카즈키. 아시안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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