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프로야구 판도에 큰 변수 될 ‘아시아 용병’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5. 12.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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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쿼터’ 도입되면서 외국인 선수 한 명 더 늘어
국내 선수들 입지 축소, 국제대회 경쟁력 약화 우려도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내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늘어난다. 외국인 선수 4명 체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3+1명으로 보는 편이 맞다. 아시아쿼터로 뽑는 '1명'은 구단이 기존에 뽑았던 외국인 선수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연봉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기존 해외 용병들은 100만 달러에 계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는 최대 비용이 20만 달러다. 20만 달러에는 선수 연봉과 계약금, 옵션, 그리고 원소속팀에 지불해야 하는 이적료가 모두 포함된다. 다만 아시아쿼터 선수와 재계약 할 경우 매년 10만 달러씩 인상은 가능하다. 

(왼쪽부터)SSG의 다케다 쇼타(일본), NC의 토다 나츠키(일본), LG의 웰스(호주), 한화의 왕옌청(대만), 롯데의 쿄야마 마사야(일본) ⓒAP 연합·뉴시스·토다 나츠키 인스타그램·연합뉴스·롯데 자이언츠

대만 국대 출신 왕옌청, 키움에서 뛴 웰스 등 눈길

영입 가능한 선수에 대한 조건도 까다롭다. 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적 전체 및 호주 국적 선수만 된다. 해당 선수가 비아시아권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 선수일 경우에도 영입이 불가능하다. 또 전년도 또는 해당 연도 일본·대만·호주 등 아시아리그 소속이었던 선수만 뽑을 수 있다. 전년도 또는 해당 연도에 미국 프로야구, 멕시칸리그 등에서 뛰었다면 영입 대상이 아니다. 그만큼 제한적이다.

KBO가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표면적 이유는 일본·대만 등의 검증된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저출산 여파로 유소년 야구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아시아쿼터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에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반대하지 않은 이유는 일찍이 육성형 외국인 선수 보유에 대해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다만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경우 2군 숙소 마련 및 통역 문제 등을 고려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대한 대체 제도로 아시아쿼터가 도입됐다. 아시아쿼터로 선발된 선수는 곧바로 1군 투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4명이 한 경기에 동시 출전할 수도 있다. 아시아쿼터제 시행으로 1군 엔트리는 기존 28명(26명 출전)에서 29명(27명 출전)으로 바뀌었다.

대다수 구단들, 예상대로 '일본 투수'에 눈독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대부분 스토브리그 동안 아시아쿼터 선수들과 계약을 마쳤다. 예상대로 일본인 투수와 계약을 많이 했다. KIA 타이거즈만  미정이다. KIA의 경우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FA계약으로 두산 베어스로 옮긴 터라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내야수 카드를 만지작댔다. 하지만 20만 달러로 영입 가능한 능력 있는 내야수가 많지 않아 끝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여러 구단이 눈독을 들였던 선수는 한화 이글스가 계약한 대만 출신 왕옌청(24)이다. 거의 모든 구단의 영입 리스트에 있었는데 발 빠르게 움직인 한화가 최종 승자가 됐다. 대만 국가대표 출신의 좌완 투수 왕옌청은 최고구속 시속 154km에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한다. 지난해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으로 일본 2군 리그에서 뛰면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한화는 선발진에 좌완 투수가 류현진밖에 없는데, 왕옌청이 좌우 밸런스를 맞춰줄 것으로 기대한다. 롱릴리프로도 기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는 안정성을 택했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좌완 투수 라클란 웰스(28)와 계약했다. 리그 적응이 끝났기  때문에 선발 혹은 불펜으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웰스는 올해 4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15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왕옌청, 웰스를 제외하면 일본인 투수가 대거 발탁됐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일본 국가대표까지 지낸 베테랑도 있고, 독립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도 있다. SSG 랜더스는 일본 1군 리그(NPB)에서 통산 66승(48패·평균자책점 3.33)을 올린 다케다 쇼타(32)를 영입했다. 다케다는 2011년 NP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지명을 받았던 선수로 2015년(13승6패), 2016년(14승8패)에는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기도 했다. 2015 프리미어12에도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작년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터라 올해 공을 던지지 않았는데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이 될 전망이다.

NC 다이노스는 선발 보강을 위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 토다 나츠키(25)를 데려왔다. NC는 국내 선발진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불펜 과부하로 후반기 성적이 수직 낙하한 롯데 자이언츠는 우완 투수 쿄야마 마사야(27)를 영입했다. 최고구속 시속 155km의 속구와 낙차 큰 스플리터가 주무기인데 NPB에서 9시즌 동안 10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롯데는 그의 이닝 소화 능력에 기대를 건다. 

두산 베어스는 일본 1군 리그에서 통산 150경기에 나선 다무라 이치로(31)를 영입해 중간계투로 활용할 계획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까지 1군에서 뛴 우완 투수 가나쿠보 유토(26)를 택했다. 가나쿠보는 6시즌 동안 5승4패 1홀드 평균자책점 4.31의 성적을 냈다. 다만 일본에서 사생활 논란이 있었던 점은 우려스럽다.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던 젊은 강속구 투수를 영입했다. 삼성은 최고구속 시속 158km의 우완 투수 미야지 유라(26), KT는 최고구속 시속 154km의 스기모토 고키(25)와 계약했다. 둘 모두 불펜으로 활용될 전망인데 두 구단은 이들이 '제2의 시라카와'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독립리그 출신의 시라카와 게이쇼는 지난해 대체선수로 영입돼 SSG와 두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쿼터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존재한다. 일찌감치 아시아쿼터제를 시행한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과 달리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층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선수는 10명 중 1명뿐이다. 외국인 선수가 1명 늘어나면서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기적으로 국제대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쿼터제로 영입된 선수들이 궁극적으로 뺏는 자리는 연차가 어린 선수들의 몫인 탓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는 아시아쿼터제가 어떤 결과물을 낳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20만 달러 연봉 외국인 선수가 100만 달러 몸값의 외국인 선수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는 문화 적응, 리그 적응 등의 이유로 '복불복'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외국인 선수가 막상 한국에 와선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팀 추락의 원흉(롯데 빈스 벨라스케즈)이 되는가 하면, 단 한 번도 빅리그 경기에 등판한 적이 없는 선수가 KBO리그에서 잘 던져 메이저리그로 역수출(한화 이글스 라이언 와이스)되기도 한다. 과거의 경력이 현재의 성적을 보장하지 않는 셈이다. 아시아쿼터로 첫선을 보이는 선수들이 리그의 다양성을 풍성하게 하는 '조커'가 될지, 혹은 구단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줄 '계륵'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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