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투자 늘리는 美 마이크론…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생산능력 ‘고삐’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최근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 설비투자를 늘리고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슈퍼 사이클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발표에서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해 1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회사는 내년 설비투자액을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최근 최근 수익성이 높은 AI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증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업계 3위 기업으로, 마이크론의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 역시 생산력 격차를 더욱 키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의 2단지 5라인(5공장)의 골조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안정적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시설 투자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파운드리 라인으로 추진하던 평택캠퍼스 4공장의 2단계 라인을 첨단 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해 건설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캠퍼스 내 기존 M15 옆에 건설 중인 M15X 클린룸을 조기 완공하고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D램 및 AI 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으로서 M15X는 원래 지달 완공과 내년 이후 양산 착수를 목표로 했지만, 이보다 한 달 빠른 10월에 라인을 오픈한 뒤 장비 반입을 시작한 상태다.

이와 함께 중장기 증설 대상인 용인 1기 팹 역시 당초 계획보다 이른 지난 2월 착공한 것을 시작으로 2027년으로 예정된 준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인 1기 팹은 M15X 6개 규모로, 이를 포함해 4개 팹 규모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HBM과 차세대 D램 등 AI 메모리 공급 확대를 위한 핵심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증산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품귀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평택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