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극 또 없도록”…‘성착취’ 피해 소년 유족, 메타 상대 소송

김희원 2025. 12. 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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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과 어울리라는 취지였지만, 가입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낯선 계정의 대화 요청을 받았다.

가디언은 머레이 부모에 대해 "영국 가족이 메타를 상대로 '부당사망' 소송을 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메타는 앞서 '성적 협박'(sextortion)을 끔찍한 범죄로 규정하며 수사 당국과의 공조 및 플랫폼 내 안전 기능 확충 계획을 발표했지만, 부모들의 소송은 이러한 조치가 늦었으며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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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살던 13세 레비 마시에예프스키는 지난해 부모의 허락을 받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또래들과 어울리라는 취지였지만, 가입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낯선 계정의 대화 요청을 받았다. 상대가 또래인 척 다가왔기에 레비는 의심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는 점점 사적인 방향으로 흘러갔고 상대는 성적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을 보내자 상대는 돌변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퍼뜨리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돈이나 추가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공개될 것이라는 위협이 반복됐다. 레비는 이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서 수치심과 공포를 견뎠다. 벗어날 길이 없다고 느낀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 2023년 12월 영국 스코틀랜드에 살던 16세 머레이 도위는 인스타그램에서 또래라고 믿은 계정과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였다. 머레이는 상대를 친구처럼 느꼈다. 일상 대화로 이어지던 소통은 어느 순간 신뢰를 가장한 요구로 변했다. 상대는 성적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사진을 보낸 순간, 머레이가 믿었던 관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상대는 온라인에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다. 머레이는 사진이 공개될 경우 겪게 될 수치심과 파장이 두려웠다. 가족에게 알리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공포에 그는 점점 고립돼 갔다. 결국 머레이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메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이 두 사건의 부모들이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머레이와 레비의 부모는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머레이 부모에 대해 “영국 가족이 메타를 상대로 ‘부당사망’ 소송을 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소장에는 머레이의 사망이 “메타의 플랫폼 설계와 반복적 안전장치 미비의 필연적 결과”였다는 주장이 담겼다. 소송 대리인인 사회미디어피해자법센터는 메타가 사용자 참여를 높이는 알고리즘과 기능을 우선해, 청소년들이 성범죄자에게 쉽게 노출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부모 측은 특히 메타가 “10대 이용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기능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메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추천 친구’, ‘팔로워 정보 공유’ 등 기능이 성범죄자들이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것을 돕는다는 사실을 회사가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 기능 도입을 지연했거나 충분히 강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타는 앞서 ‘성적 협박’(sextortion)을 끔찍한 범죄로 규정하며 수사 당국과의 공조 및 플랫폼 내 안전 기능 확충 계획을 발표했지만, 부모들의 소송은 이러한 조치가 늦었으며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메타 측은 2024년 이후 10대 계정을 기본 비공개로 설정하고, 의심스러운 계정 차단 및 민감 이미지 경고 기능 등을 도입했다고 밝혔으나 도위 가족은 이러한 기능이 사건 발생 이전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머레이의 어머니 로스는 소장에서 “부모로서 이런 끔찍한 결함을 직접 목격한 이상, 다른 부모들에게 경고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 마크는 “메타는 아이들의 삶보다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디언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배상 요구를 넘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설계 책임과 아동 보호의 시급성에 대한 공론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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