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년기획-멘탈 관리법①] 정신 수양으로의 집안일-박찬용 작가 편

김지은 기자 2025. 12. 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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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은 내 삶의 안전벨트다.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있다면 퍽퍽한 삶도 견딜만 하지 않을까?

[우먼센스] 멘탈 관리까지 해야 할 만큼 예민한 건 아니지만 나도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종종 있다. 이런저런 경험 결과 내게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면 마음이 나아지는 듯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 너무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것. 기승전결이 있는 것. 끝난 후에 확실한 성취감이 있는 것. 돈이 안 드는 것. 마침 내 주변에 있다. 가사다. 집안일 말이다.

현대 사회의 가사는 이 조건들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몸을 움직인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거나1인분의 설거지를 하는 게 너무 어렵지는 않다. 바닥을 닦거나 빨래를 널어 말리는 일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깨끗해진 빨래와 잘 정리된 그릇장을 볼 때의 성취감도 있다. 돈도 많이 들지 않는 편이라 생각한다. 고가 섬유유연제도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핸드크림 값에 미치지 못한다.

나처럼 눈에 안 보이거나 손에 안 잡히는 불확실한 일을 한다면 손에 잡히는 일이 멘탈에 중요하다. 나도 모른다. 내 직업 어떻게 될지. 업무 중에 만나는 A씨와 B 씨는 왜 일을 저렇게 하는지. 다 답 없는 이야기다. 답답할수록 뭔가를 해결하고 싶어진다. 가사는 내 주변에서 내가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뭔가가 해결되면 내 인생이나 직업이나 일을 이상하게 하는 A씨나 B씨를 잠깐 잊게 된다. 잊으면 다 그만이다. 가사를 하며 시름을 잊는다.

나이 들다 보면 슬프게도 뭔가가 조금씩 망가진다. 몸도 정신도. 인간 정신상태의 쇼케이스인SNS나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 앞에서 '저 사람도 어딘가에서 삐뚤어지고 있구나' 싶어져 슬플 때가 있다. 나도 그만큼 삐뚤어지나 싶어 겁도 난다.

그럴 때 더더욱 가사를 한다. 발을 딛고 서서 내 손으로 뭔가를 해 나가는 일이 최고의 멘탈 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빨래통이 텅 비어 있을 때 기분이 좋다. 빨래를 다 한 거니까. 차 있을 때도 좋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박찬용 작가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를 거쳐 남성지 <아레나옴므플러스>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단행본 <요즘 브랜드> <잡지의 사생활> <모던 키친> 등을 냈고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박찬용의 집'을 출품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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