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외환 방파제’ 통화스와프, 미국과는 4년 전 종료... 내년 일본·스위스도 잇따라 만기
4년 전 계약 끝난 뒤 다시 체결 안 돼
‘기축통화국’ 일본과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환 방파제’로 불리는 통화스와프를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원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계약이다. 우리나라의 외화가 부족할 때 시장 충격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2008년과 2020년 한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4년 전 계약이 끝난 상태다. 한미 투자 협상 때 우리 정부가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스위스와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지만 두 나라와 계약도 내년 3월, 11월에 잇따라 만기를 맞게 돼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국가와 통화스와프는 규모에 상관 없이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유사시에 대비해 통화스와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등의 지적을 하고 있다.
◇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한국도 추진했지만 불발
세계 1위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싶어하는 국가다.
한국은 미국과 2008년, 2020년 두 차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각각 300억달러, 600억달러 규모로 체결했다. 당시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과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잇따라 체결했었다. 우리나라와의 계약은 2021년 말 끝났고 그 이후로는 새로 체결되지 않았다.

이번 정부는 미국과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미 투자 협정에 통화스와프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미국 재무부에 제안한 바 있지만 현재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는 2008년 통화스와프 ‘상한’을 없앤 뒤로 이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EU, 스위스, 영국, 캐나다와도 맺고 있다. 모두 현재 기축통화국이거나 과거 기축통화를 보유했던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 통화는 국제 결제에서 달러화 다음으로 많이 이용되므로 담보 가치가 높다. 또 일본 등은 미국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미국 입장에서 달러를 공급해 줄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당장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우선순위가 낮은 국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지렛대로 우리 정부에 더 큰 투자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거래에 능한 사람이니까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반대 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 일본·스위스 통화스와프도 내년 만기... “미국 등과 통화 스와프 재개 필요”
우리나라는 현재 기축통화국 중에서 일본, 스위스와 한시적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다. 둘 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만약 두 계약 모두 종료되면 한국이 기축통화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없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준(準)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두 협정 모두 연장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통화스와프는 상대국의 정책 판단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통화스와프는 규모보다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주는 심리적 안정 효과가 크다”며 “연장되지 않을 경우 고환율 국면에서는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식 교수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환율이 1500원을 넘는 등 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스와프를 사전에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한은 관계자는 “통화 스와프 갱신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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