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머금은 듯 가벼운 화이트…2026년 컬러는 ‘클라우드 댄서’

서정민 2025. 12. 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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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 2026년 ‘올해의 컬러’
팬톤 컬러 연구소는 2000년부터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색채는 물론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 전문가들에 의해 선정되는 이 컬러는 패션·뷰티·인테리어 등 제품 디자인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쳐왔다.

팬톤 컬러 연구소가 ‘2026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클라우드 댄서’ 컬러 칩. [사진 팬톤 컬러 연구소]
2026년 팬톤 컬러 연구소가 발표한 ‘올해의 컬러’는 ‘PANTONE 11-4201 Cloud Dancer’인 흰색이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조용한 성찰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고요한 영향력을 지닌 맑은 화이트 톤”이라는 게 팬톤 측의 설명이다.
외신 “문화 정체기에 적합한 색깔” 호평
흰색 패션은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사진 질 샌더]
팬톤 컬러 연구소의 전무이사인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지금은 우리가 미래와 세상 속 나의 자리를 새롭게 상상해 보는 전환의 시기”라면서 “이때 클라우드 댄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맑음’을 약속하는 화이트 컬러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를 둘러싼 소음은 점점 더 커지고, 그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클라우드 댄서는 복잡한 것을 덜어내는 ‘단순함’에 대한 의식적인 선언이자, 외부 자극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집중력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색”이라고 소개했다.

팬톤 컬러 연구소의 로리 프레스맨 부대표는 “클라우드 댄서는 마치 빈 캔버스처럼 새로운 시작을 향한 우리의 바람을 상징한다”면서 “낡은 사고방식의 층위를 하나씩 벗겨 내며 우리는 새로운 접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공기를 머금은 듯 가벼운 이 화이트는 창의성을 위한 여백을 만들고, 상상력이 멀리 떠다니며 새로운 통찰과 대담한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추도록 이끌어 준다”고 설명했다.

흰색 패션은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팬톤 컬러 연구소는 그동안 채도가 높은 선명한 원색 또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컬러들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했다. 2025년은 초콜릿과 커피가 주는 편안함을 연상시키는 ‘모카 무스’, 2024년은 따뜻하면서도 현대적인 우아함이 느껴지는 복숭아색 ‘피치 퍼즈’, 2023년은 삶에 대한 열정과 반항 정신이 깃든 진홍색 계열의 ‘비바 마젠타’, 2022년은 즐거운 태도와 역동적인 존재감을 연상시키는 보라색 계열의 ‘베리 페리’였다. 때문에 올해 무채색인 흰색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주요 외신들은 색채 평론가들의 말을 빌려 “전례없는 문화적 정체기에 적합한 선택”이라고 긍정적인 평을 내놨지만 뉴욕타임스처럼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곳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때가 타기 쉬운 흰 옷을 입고 청결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여유’를 상징한다”면서 “팬톤의 의도가 서민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경제적 여유 상징, 현실과 거리” 비판도
흰색 패션은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사진 팬톤 컬러 연구소]
하지만 생각해보면 ‘흰색’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또 편안한 색이다. 세상을 고요하게 감싸는 눈, 카페라떼 위의 폭신한 우유 거품, 잘 말려서 다림질한 흰 셔츠, 밤마다 내 몸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흰 이불 등 ‘흰색’이 주는 이미지는 고요하고 깨끗하고 평화롭다.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클라우드 댄서는 단순한 흰색이 아닌, 자연스러운 흰색이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하면서도 평온함이 가득한 고상한 흰색”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컬러를 통해 안도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으로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관세 등의 이슈로 경제는 여전히 불안정한 이때 고요하게 마음을 안정시키는 흰색은 어쩌면 컬러로서의 효용성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생각하게 하는 긍정적인 이점도 있다.

흰색이 청결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더 쓰게 하는 컬러인 것은 맞지만, 우리 옷장에는 분명 흰색 옷들이 있다. 크고 작은 모임이 있는 특별한 날, 아니면 산뜻한 하루를 기대하면서 꺼내 입는 옷으로 흰색은 큰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시기획자이자 유명 스타일리스트인 서영희씨는 “상하의를 모두 흰색으로 입는 것은 부담되지만 상의든 하의든 어느 한쪽을 흰색으로 선택하는 것은 세련된 의상 스타일링을 위해 좋은 방법”이라며 “흰색 옷에 가장 무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컬러 매치는 역시 블랙”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하의를 흰색으로 정하고 상의를 블랙으로 조합하면 산뜻하고 세련돼 보인다”며 “원색의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기에도 좋다”고 제안했다.

흰색 벽을 통해 공간 분위기를 개방감 있게 연출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 가구로 취향을 살린 인테리어. [사진 팬톤 컬러 연구소]
공간 인테리어 면에서도 흰색은 팬톤 측의 설명처럼 흰 캔버스와 같다. 일단 흰색은 공간의 느낌을 개방적이고 넓게 만든다. 그렇다고 온통 흰색으로만 꾸민 집은 드물다. 흰색 벽지로 기본 공간의 색을 정하고, 이후에 자신의 취향대로 여러 가지 컬러를 조합해서 가구와 소품을 정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 번 내 주변의 공간을 살펴보고 어지러운 부분은 없는지, 쓸 데 없는 소품과 가구는 없는지, 시선을 불편하게 만드는 색은 없는지 정돈할 계기가 될 수 있다.

팬톤 홈페이지 ‘올해의 컬러’에서 흰색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컬러로 소개하는 것들도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의 파우더리한 파스텔 톤과 채도가 낮은 크림·살구·연회색 등 담갈색 계열의 중성적 색인 뉴트럴 컬러 톤이다. 흰색과 함께 이들 컬러의 가구와 소품들을 매치하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동시에 가볍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은은하게 빛나는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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