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노년층 '낙상'… 넘어지는 방향별 대처법 3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5. 12. 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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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 시 통증이 심하면 무리하지 않고 119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영하의 추위에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몸을 웅크리게 된다. 이 자세는 체온 유지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겨울철 보행 안전에는 위험한 습관일 수 있다. 겨울철 낙상 사고로 인한 큰 부상은 빙판뿐만 아니라, 넘어지는 순간 대처하지 못하는 '자세' 때문에도 발생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신체 평형성이 저하돼 균형을 잡기 어렵다. 넘어질 때 손을 짚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니 고관절, 척추, 안면 부상으로 직결된다. 특히 노년층의 낙상성 고관절 골절은 '암보다 무서운 질환'으로 불린다. 실제 1년 내 사망률이 20%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동현 원장(브레인척척신경과재활의학과의원)과 함께 '도로 위 암살자' 블랙 아이스 대처법과 올바른 보행 수칙을 알아본다.

아스팔트 틈새의 투명한 덫, '블랙 아이스'
겨울철 낙상 사고가 치명적인 이유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눈길에서는 보행자가 본능적으로 보폭을 줄이며 주의를 기울이지만, '블랙 아이스(Black Ice)'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블랙 아이스는 아스팔트 틈새에 스며든 눈비가 기온 급강하와 함께 얇고 투명하게 얼어붙는 현상을 말한다.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보여 사실상 식별이 어렵다.

무방비 상태에서 블랙 아이스를 밟게 되면 신체는 대응할 시간을 잃는다. 뇌가 미끄러움을 감지하고 평형감각을 되찾기도 전에 중심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관성에 의해 뒤로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화근이다. 손을 짚어 충격을 분산할 새도 없이 엉덩이나 척추, 그리고 후두부가 지면에 직접 충돌하게 된다. 방어 기제 없이 가해진 충격은 단순 타박상을 넘어 뇌진탕이나 척추 골절 등 치명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주머니 손 빼고, 장갑 착용으로 '충격 흡수 시간' 벌어야
보행 시 팔은 앞뒤로 흔들리며 신체 무게중심을 잡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추위를 피하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우리 몸은 균형 상실에 대비할 필수 방어 기제를 잃게 된다.

의학계에 따르면 일반 성인의 대퇴골(허벅지 뼈)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약 3662N(뉴턴)이다. 반면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고관절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때의 힘은 5200N에 달한다. 뼈의 한계치를 훌쩍 넘는 이 충격량은 뼈가 튼튼한 젊은 층에게도 골절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때 손을 짚는 행위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물리학적으로 충돌 시간이 길어질수록 충격력은 감소한다. 손이나 팔이 지면에 먼저 닿으면 충격을 흡수하는 시간, 즉 '버퍼(buffer)'를 확보해 척추와 골반으로 전달되는 하중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김동현 원장은 "낙상 시 손이나 팔뚝으로 충격을 먼저 흡수하면 고관절 골절 위험을 약 3배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장갑 착용이 단순한 방한을 넘어 필수적인 '안전장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30 '손목·쇄골', 6070 '고관절·척추' 주의
같은 빙판길에서 넘어져도 연령대에 따라 부상 부위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뼈의 강도와 반사 신경, 즉 넘어질 때 몸을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의 작동 여부가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낙상 시 손을 뻗어 충격을 흡수하는 비율은 젊은 층이 90% 이상인 반면, 노년층은 46%에 그쳤다.

반사 신경이 민첩한 2030세대는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손을 먼저 짚는다. 몸통으로 가는 충격은 줄어들지만, 체중이 손으로 쏠리면서 손목이나 쇄골 골절이 흔하게 발생한다.

반면 노년층은 뼈 강도가 젊은 층 대비 40%가량 약한 데다 반응 속도마저 느리다.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엉덩방아를 찧는 탓에, 고관절이나 척추 등 몸통과 직결된 주요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 쉽다.

넘어지는 찰나 '공'처럼 웅크려야... 넘어지는 방향별 낙상 대처법 3가지
빙판길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행 역학을 이해하고 '걷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우리가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양발이 만드는 공간인 '기저면(Base of Support)' 안에 신체의 무게 중심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김동현 원장은 "발을 11자가 아닌 약간 벌려 걷는 자세를 취하면 기저면이 넓어져 좌우 균형을 잡기 수월해진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년층은 발목의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져 발목만으로 균형을 잡는 능력이 감소하므로, 보폭을 평소보다 좁게 줄이고 발을 넓게 벌려 걷는 '펭귄 걸음'이 효과적이다. 보폭을 줄이면 두 발이 지면에 닿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 안정성이 높아진다.

만약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찰나의 순간이라면, 뼈와 뇌를 보호하기 위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김 원장은 "넘어지는 순간에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큰 손상을 방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① 앞으로 넘어질 때: 무릎을 굽히되, 가능한 한 동시에 손바닥으로 지면을 밀어내듯 충격을 나눠야 한다.
② 뒤로 넘어질 때: 고개를 숙여 턱을 가슴 쪽으로 당기고 웅크린 자세를 유지해야 머리 충격을 방지할 수 있다. 팔을 뻗는 것보다는 팔뚝 전체로 착지하는 것이 충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③ 옆으로 넘어질 때: 가급적 골반이 지면에 먼저 닿지 않도록 몸을 비틀거나 팔을 이용해 충격을 분산해야 한다.

김진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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