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케이블카 64년 독점 못 깨나···법원, 서울시 ‘남산 곤돌라’ 사업 제동
시, 40~50M 철근 기둥 세우려 일부 용도 변경
‘케이블카 독점’ 한국삭도공업, 시 상대 소송
법원 “녹지법 위반···용도구역 변경 취소하라”
집행정지 이어 사업 무산 위기···시 “항소하겠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서울시가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해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변경한 조치가 공원녹지법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소송으로 일시 중단됐던 서울시의 곤돌라 설치 사업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19일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2024년 도시관리계획은 공원녹지법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며 “서울시의 남산 용도구역 변경을 취소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명동역에서 남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곤돌라 설치 사업을 추진해왔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기존 케이블카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휠체어 이용 등이 불편한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 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해 8월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공정률 15% 수준에서 사업이 중단됐다. 한국삭도공업은 1961년 박정희 정부 당시 곤돌라 사업을 승인받았는데 종료 기간을 정해두지 않아 지난 64년째 사업을 독점 운영해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 과정에서 철근 기둥 5개를 세우려 남산 일부 구역을 시설공원으로 용도변경한 점이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곤돌라 무게를 견디려면 45~50m 높이의 중간 기둥을 세워야 했는데 공원녹지법이 정한 ‘도시자연공원구역’에는 높이 12m 이상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8월 공사를 앞두고 구조물이 설치될 구역을 남산1근린공원으로 편입하는 용도구역 변경을 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이 공원녹지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위법하다고 봤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을 해제하려면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지역’이거나 ‘도시민의 여가·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역’ 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서울시의 처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다른 공원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해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서울시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린공원으로 바꾸는 것 역시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변경 또는 해제에 해당한다”며 “남산 곤돌라 설치라는 동일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적 처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시설공원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법 개정 등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의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언제든지 시설공원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준수한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상 요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납득 못할 판단”이라며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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