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원전 과학적 판단” 타당…에너지 안보를 기준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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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가 돼버렸다"며 "과학 논쟁을 하는데 왜 내 편, 네 편을 가르느냐"고 지적한 것은 우리 원전 정책의 현실을 정확히 짚은 발언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여전히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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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가 돼버렸다”며 “과학 논쟁을 하는데 왜 내 편, 네 편을 가르느냐”고 지적한 것은 우리 원전 정책의 현실을 정확히 짚은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원전 회귀를 거치며, 원전 정책이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 논리에 따라 급격히 흔들려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원전 건설 기간, 소형모듈원전(i-SMR)의 상용화 가능성,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까지 하나하나 따져 물었고, “당적이 없는 사람이 말해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파적 입장을 떠나 과학적 검증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그러나 현실은 원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여전히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원전의 계속운전 승인이 지연되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미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두고도 국민 여론조사와 대국민 토론회를 거쳐 다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과학적 검증이 아닌 여론의 흐름에 맡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과학적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
원전은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 인프라에 가깝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가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반드시 확대해야 할 과제이지만, 출력 변동성과 저장 비용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이 기존 원전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건설에 나선 것도 AI 시대의 주도권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멀리했던 일본마저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값싼 원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릴 경우 산업에 미치는 충격은 작지 않다. 지금도 산업현장에서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3년간 70% 넘게 급등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제련·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는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데,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현대제철 등 주요 제조기업들이 전기가 싼 미국에 투자를 결정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모호한 신호를 주면 정책은 눈치 보기 속에 속도를 잃고, 에너지 전략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빠지기 쉽다.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이분법을 넘어서, 안정적 전력 공급과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에너지 안보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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