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은 결과였다”

제주 관광의 회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제시되는 건 1,300만 명입니다.
공항 이용객과 항공 좌석 점유율, 숙박률 반등 같은 지표들이 그 근거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이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습니다.
관광의 변화는 그보다 앞서 진행됐습니다.
사람들은 제주에 도착하기 전부터 제주를 선택합니다.
항공편을 비교하고, 숙소를 고르고, 이동 동선을 가늠하며, 혼잡도와 날씨를 확인합니다.
이들 대부분 화면 위에서 이뤄집니다.
관광은 도착에 앞서 판단에서 시작됩니다.
2025년 비짓제주(Visit Jeju) 이용자 720만 명은 이 변화를 수치로 남긴 기록입니다.
전년 대비 29.2% 늘었고, 외국인 이용자는 74.7%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결과라기보다, 제주관광공사(JTO)가 관광을 어디서부터 다루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 대표 웹사이트 시상식서 문화·관광 분야 ‘최우수’
비짓제주의 변화는 외부 평가에서 확인됐습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19일, 제주도 공식 여행 정보 플랫폼 ‘비짓제주’가 ‘웹어워드코리아 2025’에서 문화·레포츠부문 여행·관광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웹어워드코리아는 ㈔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최하고 아이어워즈위원회가 주관하는 국내 대표 웹사이트 평가 시상식입니다.
비주얼 디자인과 UI, 기술, 콘텐츠, 서비스, 마케팅 부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분야별 우수 사이트를 선정합니다.

비짓제주는 이 가운데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관광 정보를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가 아니라, 여행자의 선택을 얼마나 덜 흔들리게 만들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됐습니다.
■ ‘비짓제주’... 정보 사이트가 아니라, 선택을 정리하는 도구
비짓제주는 공식 관광 홈페이지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종전 플랫폼들이 관광지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은, 이 정도의 이용자 증가를 꾸준히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짓제주는 관광공사가 출발선을 공항이 아니라 디지털 의사결정 단계로 옮기겠다고 판단한 결과물입니다.
관광객이 언제 제주를 고민하기 시작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선택을 미루는지, 무엇이 결정을 앞당기는지를 먼저 분석했습니다.
그 판단은 플랫폼 구성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실시간 날씨와 혼잡 정보, 이동 동선을 고려한 추천, 다국어 기반 정보 제공, 세대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들을 한 화면에 배열했습니다.
정보를 무조건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선택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만 남긴 게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 1,300만 회복 이전, 720만 번의 비교와 검토가 있었다
올해 제주 관광은 누적 1,300만 명을 넘어서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회복의 성격을 말하기는 부족합니다.
내국인 시장은 끝까지 힘을 받지 못했고, 외국인 관광이 늘면서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습니다.
비짓제주의 이용자 구성은 이 변화를 더 앞서 보여줍니다.
외국인 이용자는 1년 만에 74.7% 늘었습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보다, 외국인이 제주를 선택하는 경로가 달라졌다는 점을 더 분명하게 말합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을 유입 규모의 문제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디서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를 먼저 설정했습니다. 6개 언어 운영, 콘텐츠 현지화, K콘텐츠 촬영지와 지역 테마를 함께 묶는 방식이 여기에서 출발했습니다.
■ 720만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선택이 반복된 횟수
‘비짓제주 720만’을 실제 관광객 수와 동일하게 놓고 해석하면 오히려 맥락을 벗어납니다.
여행이 몇 차례 검토됐고, 몇 번 다시 정리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접속하고, 한 번 다녀온 여행자는 다음 계획을 세우며 다시 플랫폼을 찾습니다. 그래서 이 수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공사가 관광 회복을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로 다뤘다는 흔적입니다.
관광객이 늘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먼저 정비하고 제시했습니다.

■ 제주관광공사의 역할은 ‘알림’에서 ‘설계’로
제주관광공사는 비짓제주를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하고, 실시간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개인 맞춤형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행 일정과 이동 동선을 고려한 AI 기반 설계 역시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관광 행정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공사는 더 이상 관광객을 끌어오는 기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관광이 현장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여행자가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부담을 줄이는 설계자로 스스로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내국인 1,100만 명, 외국인 2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제주 관광의 경쟁력은 볼거리나 이벤트의 양에서 갈리지 않습니다.
여행자가 얼마나 덜 헤매고, 덜 망설이며, 덜 시행착오를 겪는지가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 조건을 플랫폼으로 구현했습니다.
관광을 끌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통해 또 하나의 성장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고승철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관광의 회복은 단순히 숫자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1,300만이라는 결과 이전에, 선택의 축적으로서 비짓제주 720만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선택이 이뤄지도록 조건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제주를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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