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조잡·민망··· 2조원짜리 국책사업의 결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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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도 주말에는 좀 오긴 해요."
지난 11월2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 테마파크 '선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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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없어도 운영이 돼요?”
“음··· 그래도 주말에는 좀 오긴 해요.”
지난 11월2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 테마파크 ‘선비세상’. 축구장 38개 넓이인 드넓은 부지(27만5000㎡)에 기와집 수십 채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이곳에선 선비도 관람객도 보이지 않았다. 공연을 위한 광장에도, 한복촌에도, 시장에도, 망태귀신이 있는 곳에도.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영주시민·단체는 1000원씩 할인). 국비와 도비 등 1694억원이 투입된 선비세상은 개장 첫해부터 관람객 수가 저조해 2022년 26억원, 2023년 62억원, 2024년 62억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영주 선비세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자는 11월21일과 27~28일 경북 청송 ‘장난끼 공화국(145억원 투입, 운영 중단)’, 봉화 정자문화생활관(310억원 투입, 29만2000㎡), 안동 한국문화테마파크·안동국제컨벤션센터·세계유교문화박물관(3930억원 투입, 63만7024㎡), 경주 화랑마을(1090억원 투입, 28만8749㎡),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1223억원 투입, 72만2000㎡), 영천 화랑설화마을(483억원 투입, 11만1938㎡), 성주 가야산 역사신화테마관(127억원 투입, 4만9270㎡), 고령 대가야 생활촌(573억원 투입, 10만2000㎡) 등도 둘러봤다.
모두 경상북도가 ‘3대 문화권 문화생태관광기반 조성사업(이하 3대 문화권 사업)’으로 야심차게 조성한 테마파크이다. 이제껏 들어간 사업비 총계만 9000억원을 넘는 이 테마파크 9곳에서 기자가 사흘간 목격한 관람객 수는 총 16명이었다.


경북의 3대 문화권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5+2 광역경제권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었다. 경상북도에 산재해 있는 유교·신라·가야의 역사문화 자원과 낙동강·백두대간의 생태 자원을 활용해 관광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이었다. 안동시를 유교 문화권, 경주시는 신라 문화권, 고령군은 가야 문화권의 거점으로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경북 22개 시군에 46개 시설을 세우는 계획이었다.


관광시설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을 들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도 화끈하게 면제해줬다.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막기 위한 ‘예타’가 면제되자 경북도내 22개 자치단체가 국책사업 유치에 적극 뛰어들었다. 콘텐츠 개발보다는 토목사업 위주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치중되었다. 이 같은 과정은 대부분의 시군이 비슷했다. 땅값이 저렴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드넓은 부지를 확보한 뒤, 하늘 높이 석축을 쌓고 그 위에 기와집을 켜켜이 지어 올렸다.
경제성 분석 없이 관광시설 확충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최대한 넓고 크게 짓다 보니 유지비가 많이 들고, 무엇을 보여줄지 계획도 없이 건물만 짓다 보니 관람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기준 경북 3대 문화권 사업지 46곳 가운데 39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적자액은 288억원, 지금까지 쌓인 총 누적적자는 9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모두 기초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할 빚이다. 지난 7월16일 경상북도가 뒤늦게 3대 문화권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속 빈 강정을 채울 예산 또한 지역 주민들이 낸 세금에서 충당되기는 마찬가지다.












영주·청송·봉화·안동·경주·군위·영천·성주·고령/조남진 기자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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