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기준 명확히한다지만…노사 모두 반발할 듯
판례 바탕 '실질 지배' 기준 제시
사내하청·시설관리형·그룹사 지배 등
노동부, 원·하청 유형별로 제시할듯
"원청의 하청 '간접' 지배력도 포함을"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내년 3월 10일 시행되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상 ‘사용자’ 판단 기준은 근래 나온 하급심 판결이 바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여기에 원청 사용자-하청 노동조합 유형별로도 판단 기준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9/Edaily/20251219050312908ppze.jpg)
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최근의 판례를 바탕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2021년 1월) 및 서울고법(2024년 1월) 판결, 지난 7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법원이 이들 원청을 하청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하며 제시한 기준은 △교섭요구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하청 노동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는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등 3가지다.
여기에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원청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하청 노동자의 근무방식과 원청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원청과 하청업체와의 관계 △하청업체의 경제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3가지 판단 기준과 4가지 고려 요소를 열거식으로 제시한 것이다. 지난 10월 말 백화점·면세점 12곳에 입점한 판매·서비스직 노동자들에 대해 12개사가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한 1심 법원 판결도 같은 맥락이었다.
노동부는 이러한 기준을 더 세분화해 발표할 전망이다. 예컨대 임금과 관련해선 도급비 총액, 단가, 이윤율 등을 원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원가 구성까지 지정하는 경우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청의 임금 재원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 판결에서도 이러한 구조로 하청 사용자의 임금 지급능력이 구조적으로 제약된다는 점이 인정됐다.
비임금 부문에선 안전 설비 기준, 필수 투입 인력, 작업 속도 및 패턴 강요, 원청 교육 의무화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노동 안전과 같은 중요한 근로조건을 원청 사용자가 결정한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이는 현대제철 판결에서 필수 대형설비 관리처분권을 인정하며 내세운 기준이기도 하다.
노동부가 원청 사용자-하청 노동조합 유형별로도 판단 기준을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청 핵심 사업 연계 하청(사내하청) △원청 상시 필요업무 위탁(시설관리형 하청) △모회사-자회사 관계(그룹사 지배) △공공부문 민간위탁 관계(다층적 통제) 등의 형태로 나누고, 유형별 특성에 맞는 기준을 구체화하는 식이다.
한화오션과 현대제철 판결은 사내하청 유형으로, 백화점·면세점 판결은 일부 시설관리형 하청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룹사 지배형의 경우 노동부가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국내 그룹사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정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과 파견법상 불법파견 기준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두 기준이 유사할 경우 노조법상 사용자는 불법파견 사용자가 돼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교섭 책임은 고용 책임보다 더 낮은 문턱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연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노조법상 사용자는 파견법상 사용자보다 범위가 넓어야 한다”고 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 노동자의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할 때 ‘간접적’ 지배력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도급계약서, 과업지시서, 업무매뉴얼 등을 포괄해 직접고용 책임을 묻는 불법파견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사용자성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및 ‘분리교섭’ 관련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보완 입법 작업에 나섰다. 특히 분리교섭과 관련해 노사 의견을 더 담는다는 방침이다. 보완 입법 후 시행령 설명서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노동부는 현행 노조법상 개별 사업장 내 노조가 여럿이면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인 점을 근거로, 하청노조 역시 원청노조와 교섭대표노조를 구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하청노조가 창구 단일화를 원하지 않으면 분리교섭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청노조가 복수일 경우 하청노조 간 교섭창구를 통합(단일화)할지, 분리할지를 노동위원회가 판단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이, 경영계에선 무분별한 교섭으로 산업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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