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산업전환지역 탈바꿈…기록 보존·법률 정비 필요”

심예섭 2025. 12. 1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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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 폐광지역 경제포럼

해외 폐광지역 성공사례 공유를 통해 강원 폐광지역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2025 국제 폐광지역 경제포럼’이 17일 강원랜드에서 개막했다. 강원도·태백시·삼척시·영월군·정선군이 주최하고 강원도민일보가 주관한 가운데,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 폐광지역 성공사례가 공유됐고, 폐광지역이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탈바꿈함에 따라 새정부 정책과 연계한 강원도 차원의 비전 등이 폭넓게 제시됐다.기조발표와 기업설명회,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내용을 싣는다.

▲ 17일 정선 하이원 그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 국제폐광지역 경제포럼 행사장에서 태백, 영월, 정선지역 시민과 공무원들이 찾아 열띤 토론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서영 기자

기조발표1. 일본의 석탄 산업의 쇠퇴와 산탄 지역의 그 후: 재생과 아카이브
“아카이브 개발, 폐광지역 재생 정책의 출발점”

시마자키 나오코 와세다대학교 교수

“일본의 초기 폐광 대응 정책은 대체산업 유치, 공공사업 확대, 토목·건설 중심 개발에 집중됐다. 그러나 단기적인 고용 효과에 그쳤고,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우면서 지역 공동체 해체를 더욱 심화시켰다. 일본 산탄 지역 재생의 전환점으로 ‘아카이브’ 개념이 제시됐다.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는 탄광 유산, 사진, 구술 기록, 생활 도구 등을 주민 참여 방식으로 축적해 박물관·기록관·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아카이브 기반 재생은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폐광지역의 역사를 ‘쇠퇴의 기억’이 아닌 ‘산업화의 주역’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지역의 자존감을 회복한다. 둘째, 관광·교육·문화 콘텐츠로 활용되며 외부와의 교류를 촉진하는 새로운 지역 자산이 된다. 셋째, 주민이 기록의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공동체 회복과 세대 간 기억 전승을 가능하게 한다. 폐광지역 재생은 산업 대체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기억을 자산으로 전환할 때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 아카이브는 개발을 보완하는 주변 요소가 아니라, 폐광지역 재생 정책의 출발점이다.”

기조발표2. 새정부 석탄산업전환지역 발전과 과제
“정책 패러다임 전환·지역 맞춤형 대체 산업 육성”

임재영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장

“폐광은 단순한 산업 종말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지역 전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다. 그동안 폐광지역 정책은 관광, SOC 확충 중심으로 추진돼 왔으나,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본질적 과제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석탄산업 ‘종료 이후’를 전제로 한 중장기 국가 전략 수립 △‘폐광지역’에서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 △지역 맞춤형 대체산업 육성을 제시한다. 명칭 변경은 지원·보상 중심 정책에서 성장·전환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발전 전략으로 에너지·자원·첨단산업을 축으로 한 산업 다각화를 제안한다. 청정에너지, CCUS·수소, 핵심광물, 석탄경석 자원화, 연구·실증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대체산업’이 아닌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지역 전환의 성공 조건으로 △교통·물류 인프라 개선 △전문 인력 유입과 정주 여건 강화 △지역 주도 거버넌스 구축을 제시한다. 석탄산업전환지역 정책은 미래에 대한 투자여야 하며, 산업·인구·공간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종합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

기업설명회. 석탄 경석 자원화 및 산업활용

“대규모 가공 인프라 확충·행정 절차 간소화 필요”

이원학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탄경석은 오랫동안 폐기물로 방치되며 경관 훼손과 산사태 위험, 관리 비용 부담 등 지역 쇠퇴의 원인이 돼 왔다. 최근 조사 결과 폐광지역 4개 시군에 약 1억5000만t의 석탄경석이 적치돼 있으며, 삼척 도계·태백 장성광업소를 중심으로 즉시 활용 가능한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강원테크노파크 원료산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석탄경석 분쇄·선별·시험생산·인증을 아우르는 기반이 구축됐고, 투수블록·시멘트블록·콘크리트·인공골재·세라믹·환경소재 등 다양한 시제품이 정부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석은 골재 성분과 탄소 성분으로 분리 활용이 가능해 건설·세라믹·인공토양·환경치유·탄소소재·에너지 산업 등으로 확장 잠재력이 크다. 앞으로는 대규모 가공 인프라 확충, 행정 절차 간소화, 저렴한 원료 공급, 기업 입주 지원이 필요하며,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공공공사·도로·레미콘 등 공공 수요처의 우선 사용이 중요하다. ”

“법·제도적 근거 개선 효율적 관리체계 마련해야”

송태협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 회장

“석탄경석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 연구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건설용 골재 및 콘크리트 2차 제품 등 비구조용 활용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해외 사례 분석 결과 석탄경석은 주로 건설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다만 국내 제도는 석탄경석 활용에 대한 법·제도적 근거와 구체성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석탄경석을 미활용 광물자원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재활용 제품 범위 확대, KS·GR 인증 연계, 녹색기술·녹색제품 인증 적용 등이 필요하다. 또한 중간가공시설 구축, 적치장 인근 가공 방식 도입 등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중장기 로드맵은 2025~2029년을 1단계로 설정해 인프라 구축, 관리체계 확립, 기업 유치 활성화를 3대 목표로 추진한다. 2030년 이후에는 고도화·안정화 단계로 확장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석탄경석 산업을 통해 폐광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토론

“폐광지 개발·보존 추구 정책자료 지역사회 환원을”

폐광기금 방안 모색…기록화 중요성 강조
장기적 가이드라인 마련 전략적 투자 전환
실증사업·기업유치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지역민 주도 보텀업 방식 보완 접근 필요
석탄산업 역사 연구·공유의 장 조성 제안

◇ 좌장 △천남수 한국폐광지역연구소장

◇ 토론 △김길수 강원도의원 △심원섭 강원도 미래산업국장 △홍진기 지역산업입지연구원장 △최윤서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천남수= “그동안 폐광지역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 모색을 수차례에 걸쳐 해온 가운데, 지난 2일 폐특법이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폐광지역이라는 명칭이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바뀌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지역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폐광기금 문제의 경우 각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전체적으로 서로 득을 볼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그동안 경제적인 문제에 매몰돼 어떻게 지역 발전을 꾀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다보니 기록화와 아카이빙을 놓쳤던 부분이 있다. 기록 보존와 유산화, 그리고 이를 교육하는 것까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김길수= “‘폐광지역’이라는 용어가 지난 30여년간 지역의 어려움과 정책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역할을 해왔으나, 앞으로 ‘석탄산업전환지역’이 국민에게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법률·연구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폐광지역 특별법이 2045년까지 연장된 것은 아직 지역 경제 회생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법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20년 안에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폐광기금이 지난 20년간 약 1조7000억원이 투입됐으나 대체산업 분야 투자가 미흡했고, 자율적 집행으로 인해 성과 평가가 어려웠다. 장기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단기 소비성 사업이 아닌, 대체산업과 자립 역량을 키우는 전략적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심원섭= “그간 폐광지역 기금 사업이 시군 중심의 관행적 사업 위주로 추진되며 기반시설과 관광 인프라 구축에는 일정 성과가 있었으나, 실질적인 대체산업 육성은 부족했다. 민선 8기 들어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와 협력해 대체산업 비중을 확대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한 기업 유치·정주 및 생활인구 확대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백 청정메탄올·핵심광물 산업단지와 삼척 중입자가속기 기반 암 치료 의료클러스터는 대표적인 산업전환 시범사업으로, 2030년까지 약 7143억원을 투자하는 등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석탄경석이 산업자원으로 전환된 점을 계기로 실증사업과 기업 유치를 통해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

△홍진기 = “폐광지역은 제조업 입지 여건이 불리해 ‘톱다운 방식’에 따른 거대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지역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며, 주민과의 괴리도 크다. 이에 따라 첨단·자본집약 산업을 모방하기보다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보텀업 방식’의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나온 거대주의로는 접근하지 어려운 지역들이 있다. 그래서 지역 특화 자원을 활용한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과 주민 주도의 소규모 학습·기획 모임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넷 브로커링(Net+brokering)’ 방식은 작은 성공 사례를 축적해 폐광지역의 새로운 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대안적 발전 전략이 될 수 있다.”

△최윤서 = “폐광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려면 개발 중심 접근을 넘어 기록화와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2005~2020년 폐광지역 언론 분석 결과, 강원랜드와 개발 중심의 담론이 주를 이뤘고, 보존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폐광지역의 미래는 개발과 보존, 두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병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으로 지역의 맥락과 정체성을 담은 기록화와 아카이브 구축을 제시한다. 기록 대상과 공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연구,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한 아카이브 교육, 축적된 기록을 지역사회에 환원해 교육·정책 자료로 활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 연구자들이 폐광지역에 체류하며 석탄산업의 역사와 유산을 연구·공유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심예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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