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러스+] 화천댐 용수 절반 용인으로…70년 희생의 울분 “진심어린 위로·합당한 보상을”
지난해 용인산단 화천댐 물 공급 발표
담수상태·의무방류 등 지역 피해 외면
일방적 사업 추진에 주민 불만 눈덩이
군민 서명 1만명 동참 생존권 호소 묵살
“70년 고통 희생 반복 결정구조 변화 필요
댐 소재지 화천에 용수 사용료 돌아가야”
화천 상수도 보급률 69% 전국 최하위
이 대통령 ‘희생 상응하는 보상’ 기대감
지난해 화천군민들의 자존심에 비수를 꽂았던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이 이달 중순 본격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지난해 정부가 국가정책사업으로 용인시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막대한 양의 산업용수는 화천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수십년간 온갖 불편을 감내하고 살아온 순하디 순한 화천군민들도 머리띠를 두르고 한자리에 모였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 국내외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AI산업이 부각되면서 용인산업단지를 비롯한 첨단산업단지의 조기 완공을 요청하는 목소리에는 귀가 활짝 열렸으나 생존권을 호소하는 용수공급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꼭꼭 닫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 화천댐, 용인국가산업단지 산업용수 공급
지난해 정부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 대비해 경기 용인시 일원 728만㎡(약 220만 평)규모의 부지에 용인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하 용인산단)를 조성하겠다며 화천댐에 담수된 물을 공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계획대로 용인산단이 오는 2031년 조성을 마치고 삼성전자와 60여개의 협력 소부장 기업이 입주하면 화천댐은 오는 2035년부터 댐 일일 발전용수 110만t의 절반이 넘는 60만t의 물을 매일 내려보내야 한다. 댐 상류지역의 담수상태와 의무방류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였다.
이에 대해 화천군민을 비롯한 양구, 춘천 등 인근지역 주민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에 반발하며 강력 성토했다. 지역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대책위를 결성하고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며 정부를 향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난해말 비상 계엄과 탄핵, 대선, 새정부 출범 등 핵폭탄급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묻혔다. 비슷한 시기 양구 방산면 일원에 수입천 상류에 다목적댐을 검토하던 정부의 계획은 반대 목소리에 막혀 백지화했지만 화천댐 용수공급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외면하고 진행되고 있다. 용인산단 조성공사를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성공사’ 발주 설명회를 열어 이달중순 공사를 발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업용수와 전력공급이 용이한 화천에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는 귓전에도 닿지 않은 모습이다.
■ 주민요구서에 무엇을 담았나
이런 상황 속에서 화천군 사회단체협의회(이하 화천협의회)는 지난 1년동안 주민 서명을 받으며 국가의 일방적인 화천댐의 용인국가산단 공업용수 공급 결정의 부당성을 꾸준히 알려왔다. 다만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들끓었던 지역 민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정책과 지역 발전을 함께 이끌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화천협의회는 이번에 제출한 요구서를 통해 화천의 물공급이 불가피하다면 화천주민들이 겪게될 희생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화천협의회는 “화천군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희생을 반복하는 결정 구조를 바꿔 달라는 것”이라며 “실제로 화천지역은 1944년 화천댐이 준공된 뒤 여의도 면적 6.8배인 600만평의 옥토와 총연장 60㎞에 이르는 도로가 수몰되고, 1500여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피해 용역결과 지난 70년간 화천댐 건설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3조 2656억원으로, 연평균 480억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도 제시했다. 요구서는 이처럼 화천군민들이 화천댐의 피해를 감내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화천댐에서 생산된 전력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 물의 고장 화천, 현실은 물부족
상류로부터 평화의댐과 화천댐, 춘천댐이 자리하는 등 풍부한 수자원으로 ‘물의 고장’으로 불리는 화천군은 역설적이게도 상수도 보급률(69%)이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특히 화천에 위치한 군부대 상당수는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하천수나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상수도 보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천군은 오는 2035년 말 준공을 목표로 통합상수도 시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9900t 규모의 취수용량을 1만9000t으로 늘리고 통합정수장과 송배수관로 100㎞, 가압장 21개소를 설치해 상수도 보급을 화천전역으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지방이양사업이라 1014억이라는 막대한 사업비 전액을 도비와 군비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재정에 과부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군장병 복지차원에서 군부대 송·배수관로 부분만이라도 국방부의 예산 반영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확보가 지역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셈이다.
■ 대안은 상식대로
지역구 허영·한기호 국회의원이 물값 구조 개혁(물값 수익환원과 발전용댐 물값 부과 등)을 위한 관련법을 잇따라 개정 발의하고 강원도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도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약속한 바 있어 외부적 요건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화천협의회도 요구서에 화천댐 물값을 징수해 지역에 환원하는 구조를 마련할 것과 국무총리실 주관의 범정부적 논의 기구 구성, 현재 화천지역에 운용하고 있는 상수도와 정수 시설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개선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용식 회장은 “화천댐 용수로 반도체 산업단지를 가동하고자 한다면 화천군민의 피해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와 합당한 보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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